예산 쌈짓돈처럼 쓴 공무원 4명 적발
성산일출봉·만장굴 근무 당시 2750만원 빼돌려
도내 전 공영 관광지 수대 확대···향후 파장 예상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만장굴과 성산일출봉의 시설 관리비 수천만원을 빼돌려 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경찰은 공무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예산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가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 공영 관광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공영 관광지 시설 관리비를 편취한 혐의(사기 및 허위 공문서 작성 등)로 김모(46)씨 등 공무원 4명과 시설물 보수공사 업체 대표 고모(39)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성산일출봉과 만장굴 관리사무소에 근무할 당시 차명계좌를 만들어 시설 관리비를 허위로 신청해 275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거래처 지인들에게 부탁해 차명계좌 3개를 만든 뒤 이들이 환경 정비에 참여한 것처럼 임금을 허위로 신청해 모두 32차례에 걸쳐 195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또 2011년 3월 제주도에서 발주한 만장굴 조명 감시 제어 시스템 보수공사 감독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설계내역서에 들어 있는 347만원 상당의 산업용 PC와 LED 모니터를 납품받은 것처럼 허위 준공검사조서를 꾸며 현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김씨는 2011년 4월 지인에게 부탁해 공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속여 185만원 상당의 허위 매출전표를 발행한 뒤 해당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나머지 공무원과 고씨도 김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하거나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제주도감사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공영 관광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예산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가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내 전 공영 관광지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결과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공무원은 갑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며 “공영 관광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관행처럼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