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구상나무 '절반' 고사...대책 시급

생육기반 약화 및 기상이변 등으로 2010년 이후 고사비율 급증

2014-06-13     고재일 기자

[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제주 한라산에 자생하고 있는 구상나무의 절반 가량이 고사된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해졌다.

13일 한라산연구소(소장 양영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라산의 구상나무 분포 지역 10곳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벌인 결과, 고사목 비율이 45.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10년 이후 발생한 고사목이 20.7%로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보고서는 한라산 구상나무림에 분포하는 전체 수목은 1ha(헥타르) 당 평균 3124.2그루로 구상나무는 2028.3그루라고 밝히고 있다. 구상나무 가운데 살아있는 개체는 54.1%인 평균 1,098.3그루였으며, 고사목은 45.9%인 평균 930.0그루다.

특히 구상나무 고사목 비율의 경우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윗세오름 일대가 67.2%로 고사목 비율이 가장 높았고 성판악등산로 해발 1,800m일대와 1,700m일대가 각각 65.0%, 60.1%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사목 비율이 가장 적게 나타난 곳은 백록샘일대로 29.8%다.

2010년 이후 최근 4년 동안의 구상나무 고사는 성판악등산로 해발 1,800m 일대에서 전체 고사목의 39.0%, 성판악등산로 해발 1,650m일대에서는 32.6%, 큰두레왓일대에서 29.9%, 관음사등산로 해발 1,750m 왕관릉일대에서 25.0% 증가해, 전체 평균인 20.7%보다 훨씬 높은 고사목이 새롭게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관계자는 구상나무 고사목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1990년대까지는 노령화와 종간경쟁 등의 자연적인 고사가 주요요인이었으나, 2000년대부터는 기후변화에 의한 적설량 감소, 동계건고현상 등이 추가됐다”며 “최근에는 잦은 태풍과 집중강우 등에 의한 생육기반악화와 더불어 앞으로 기상이변과 병해충 피해 등 구상나무 고사원인은 다양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라산연구소는 구상나무 고사목이 다량 발생됨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환경부와 산림청, 문화재청 등 중앙부처와 국립산림과학원 등 국공립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구상나무의 보존 및 복원 전략수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