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 작업로, 장마철 산사태 '우려'
폭 10m 넘는 곳도`...주민들 "원상복구 해야"
제주도, "9월 피해목 재확인 후 원상복구"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 소나무 재선충 고사목 제거로 큰 피해를 입은 제주시내 오름들이 여름철 산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마·태풍 등을 앞두고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해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한 제주도는 지난 4월까지 피해 고사목 약 55만본을 제거하고, 이를 파쇄·소각·훈증·매몰 등 사후처리 작업을 완료했다.
지난해 22만1000본, 올해 32만4000본을 베어내면서 제주도 전체 소나무 숲(1만6884㏊)의 39%가 사라졌다.
제주도는 고사목 제거 등을 위해 벌채공 등 전문 인력 6만8000명과 자원봉사자 4만2000명 등 연인원 11만 명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고, 굴삭기·트럭 등 중장비 2만7000여대가 동원됐다. 이에 따른 예산은 모두 44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충과의 전쟁이 치러지는 동안 제주의 오름과 들판은 폐허로 변했다. 특히 울창한 소나무 숲을 자랑하던 제주의 오름에는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11일 찾은 제주시 애월읍 수산봉과 바굼지 오름. 고사목 제거에 투입된 중장비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개설된 ‘임시 작업로’가 오름 허리를 관통하고 있었다.
제주도는 오름의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3m 이내로 작업로를 개설했다고 밝혔지만 여러 작업로가 교차하는 지점의 폭은 10m가 넘는 곳도 있었다.
오름 중간에 산재한 재선충 피해 고사목 제거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산사태를 우려하는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오름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고사목 제거가 끝났으면 당연히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제 곧 장마와 태풍인데 이대로 두면 산사태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장마는 이달 말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엘리뇨 현상으로 비의 양은 적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기 불안정에 의해 국지성 폭우는 잦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마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오름 곳곳에 산재해 있는 임시작업로에 대한 복구 작업은 여름이 지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고사목 제거를 위해 조성된 임시작업로를 설치 한 것”이라며 “이 작업로는 땅을 파서 만드 게 아니기 때문에 물길이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오는 9월 재선충병 예찰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추가 피해목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작업로를 원상복구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