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에서 그렸다 지운 자전거도로

월령~옹포 도로폭 확장없이 차선조정 ‘땜질’
운전자들 혼란···완공 2개월만에 차도 회귀

2014-06-08     박민호 기자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제주의 해안을 연결하는 국가자전거도로 구축 사업이 국간(마을)별 특성을 살리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일부 구간은 다시 차도로 변경되는가 하면, 자전거 도로 주·정차 정책 역시 동·서부지역 도로마다 다르게 추진되면서 운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완공 이후 마을주차장으로 전락했다는 논란을 빚고 있는 월령~옹포간 자전거도로.

조성 당시 도로 폭은 넓이지 않고 차선 조정만으로 자전거도로를 만들면서 정지 신호시 우회전 차량의 흐름을 방해, 차량 정체만 증가시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지역이다.

최근 관광성수기를 맞아 차량 이동량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결국 제주시는 이미 조성된 옹포리 자전거도로(약 50m)를 지우고 다시 원래 차도로 변환하기에 이른다. 자전거도로 완공 2개월여 만에 일이다.

조성 초기 마을주차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이 있었지만 행정은 이에 대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이런 거 없어도 잘 다녔다”면서 “결국 자전거도로가 아닌 주차장을 만든 꼴이 됐다. 제주시 예산이 그렇게 많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지역의 경우 자전거도로와 차도의 경계가 없어(차선으로 만 표시) 차량들이 자전거도로에 쉽게 들어올 수 있어 생긴 현상으로 제주시는 “최근 자전거 도로의 추세가 차도와 자전거도로 사이를 차선으로만 구분하고 있다”면서 “만약 별도의 경계석 등으로 도로를 나눌 경우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어 이렇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주시는 지난달 구좌읍 월정리(월정해수욕장 앞 370m 구간) 자전거도로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을 막겠다며 사업비 4700만원을 투입, 볼라드 187개를 설치·운영 중에 있다.

결국 지역 마다 다른 기준으로 자전거 도로를 운영하면서 운전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제주시가 추진 중인  국가자전거인프라 구축사업은 국가자전거도로 기본계획에 따라 2010년부터 오는 2015년까지 제주시 해안도로 중심으로 자전거 도로 및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2012년 구좌읍 해안도로(김녕~종달)와 2013년 한림읍 한림로(월령~옹포) 구간에 자전거도로(99억4100만원, 길이 29.9km)를 구축했으며, 올해 27억3800만원을 투입, 애월~한경까지 28.07km 구간을 연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