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에 익숙했던 교육계, 변화의 바람앞에 '침잠했던' 하루

제주역사 첫 진보교육감 맞는 도교육청 분위기

2014-06-05     문정임 기자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제주 교육계가 말을 잊은 하루였다.

6.4지방선거에서 제주교육 역사상 첫 진보교육감이 탄생하자 선거 이튿날인 5일, 제주도 교육청은 '침잠한' 분위기속에 하루를 보냈다. 이유는 하나, '변화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다.

그간 제주도교육청 일반직 공무원들은 보수적 분위기 속에서 근무해왔다. 관선 1대 최정숙 교육감에서 12~14대 현 양성언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교육감은 대체로 엄하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보수라는 것은, 대체로 여당이 득세해 온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췄을 때 국가 시책에 협조적이거나 학력과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정책을 우선시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4.3교육에 미온적이거나 비정규직 근로자·다문화가정자녀·장애학생 등 사회 소외계층의 현실적 어려움 해결에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일 때에도 보수라는 구분법을 적용한다.

지난 제주도 교육역사를 살펴보면 교육감 피선자들의 정책은 국가 정책과 닮아있었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고 새마을운동이 범국민적으로 시행되던 1970년대, 2대 부대현 교육감(1968~1972)의 정책 기조는 '창의와 협동으로···향토개발에 앞장서자'였다. 3·4대 김황수 교육감(1972~1980)은 '반공 애국하는 안보교육 추진' '교육 유신의 심화' '새마을 정신의 생활화' 등을 주요 교육과제로 제시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교육비전을 국가시책과 직접 연결해 주창하는 풍토가 다소 줄었지만 국가가 임명하는 관선 교육감 체제에서 혁신적인 분위기는 찾기 어려웠다. 

민선과 주민직선(2회)으로 2004년부터 10년간 제주교육 수장의 자리를 지켜 온 현 양성언 교육감 역시 청렴과 학력, 경쟁을 중요시하며 '보수'로 구분돼 왔다. 초등교사 출신으로 초등 교장과 제주도교육청 산하의 제주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 등을 지내며 기존 교육계의 분위기를 잘 익혀온 그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14년 제15대 교육감은 분명 다른 인물이다. 평교사 출신이면서, 그간 교육청이 때마다 대립각을 세워온 전교조의 제주지부장 출신이기도 하다. 올해 나이 55세, 양성언 교육감이 62세에 교육청 수장으로 입성했던 것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젊다.

이석문 교육감 당선인은 당선 후 승리요인으로 "제주교육에 변화를 희망하는 도민들의 열망"을 꼽았다.

수업방식과 학교평가의 변화를 통한 수업의 질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행 고입제도 개편 , 비정규직 처우개선, 4.3교육 활성화 , 고교 무상교육 점진적 실현 등도 기존 교육정책과는 분명 다른 행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선출됐고, 이 당선인의 승리에 당선인의 정책에 공감한 학부모들의 자발적 지지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되면서 교육청 내부 역시 '변화'가 시대의 가치라는 사실에는 별 이의를 제기하지 못 하고 있다.

복수의 교육청 관계자들은 "곧 닥쳐올 낯선 상황에 대한 편치 못한 마음이 아니겠느냐"며 "아무래도 변화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들은 그러면서도 "진보에 대한 거부감은 아니"라고 알듯말듯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