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을 소통시키고, 내 철학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박수진이 만난 사람 25]문화기획자 김연주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 문화기획자. 익숙한 듯 하지만 생소한 단어다. 단어 그대로 해석하자면 '문화'를 기획하는 사람이다. 문화기획자는 최근에 와서 생긴 말이다. 학예사와 비슷한 직업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학예사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수집하고 관리, 또한 전시를 기획하고 연구를 한다.
그렇다면 '문화기획자'는 무엇일까. 정확히 꼬집어서 정의할 순 없지만 보통 전시만을 기획하는 사람을 이같이 칭한다.
제주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제주시 화북동 거로마을에 위치한 문화공간 양에서 김연주씨(사진)를 지난 27일 만났다.
서울 출생인 그가 제주에서 '문화기획자'로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에서 공공미술관 미디어아트 쪽으로 전시기획을 해왔어요. 그러다 지금 제가 있는 문화공간 양의 김범진 관장님을 만나게 됐죠. 마을사람들과 의미 있는 전시를 하고, 제주에서 보기 쉽지 않은 전시를 해보자고 제안하더군요. 또한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도 선보이자고 얘기했죠"
김범진 관장의 말은 그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이가 들면(?) 한적한 제주에서 여생을 보내야겠다고 항상 생각해왔는데, 타이밍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문화공간 양은 이제 막 한살이 됐다. 그녀는 그동안 '문화공간 양'을 알리기 위해 어떤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을까. 그녀는 전시를 기획하기 전 '중점'을 두는 몇 가지가 있다고 했다.
전시를 하게 되면 전시 기획 과정은 물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작가에 대한 이력을 풀어놓는 게 그것이다.
"그동안 밥그릇과 냄비뚜껑을 이용해 소리를 만들고, 마이크를 통해 앰프로 증폭시켜 음향을 발생시켰는데, 이 과정을 담은 전시를 했었어요. 또 관람객도 스스로 소리를 만들고 감상했죠. 이밖에도 에나멜페인트를 이용한 전시와 나무를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든 것들을 선보였었죠. 대부분 제주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전시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죠."
전시를 기획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라고 답변했다. 그의 철학은 '예술작품을 일반사람과 소통하자'다. 이 같은 자신의 철학이 전시를 통해 보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제주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는 사람도 적지만,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은 전무(全無)한 실정이다. 때문에 그는 전시와 함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 중 하나는 지난해 진행한 문화기획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문화기획자 양성 프로그램, 그 첫 번째-시각예술 기획자를 위한 세미나'다.
"서울의 경우 문화기획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전시와 관련된 일을 시키면서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 대부분이죠. 때문에 저는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시를 기획하고, 전시회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배워주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많은 공부가 필요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할 수 있는 것이죠. 연극,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요소'를 접해보고 생각을 정리해 보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오늘도 바쁘다. 도민들에게 어떤 전시·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일지 구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