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보다는 ‘공부’...제주 학원스포츠 ‘수난시대’

구기 종목 엔트리구성도 힘들어…….감독들 “그래도 최선을 다한다.

2014-05-23     박민호 기자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대회참가 엔트리 18명. 도내 전체 선수 29명. 제43회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한 제주도초등학교 야구팀 숫자다.

제주지역 초등학교 야구팀은 단 2곳. 제주시내 S초등학교(15명)와 N초등학교(14명) 선수(3~5학년) 모두를 합쳐도 30명이 되지 않는다.

전국소년체전 규정상 대회 참가는 5~6학년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제주에선 이들 학교 선수들을 모아 ‘제주선발팀’을 꾸려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23일 치러진 남자초등부 야구 16강전에서 대구본리초등학교(지난대회 준우승팀)와 만난

제주선발팀는 2회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지만 3회 이후 상대 타선이 폭발하면서 2-11로 패해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얇은 선수층, 한정된 예산 때문에 제대로 된 유니폼도 없이 출전한 어린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달렸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회 직후 야구계 한 관계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시합을 나가는데 누가 지고 싶겠나.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풍족한 선수자원은 아니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노력은 다하고 있다”고 전한다.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하는 제주선수단은 매년 야구 등 구기 종목(럭비 제외)에 한해 연합팀을 구성한다.

비교적 선수층이 넓은 다른 지역과 달리 ‘운동’ 보단 ‘공부’ 외치는 열성 학부모들이 많은 제주에선 대회 규정 엔트리 구성도 힘들기 때문이다.초등부 야구팀과 함께 여자초등부축구팀 역시 단 2곳. 시합을 통해 아이들이 기량이 성장하는 이들 종목들의 특성상 다양한 팀과의 많은 시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역의 현실은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학교 운동부 관계자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 부모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상당수 부모들은 ‘운동’보단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운동을 하고 싶어 찾아온 아이들의 부모에게서 ‘우리아이 꼬드기지 말라’는 핀잔을 듣는 일은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부모님들의 우려와 달리 요즘은 운동을 한다고 모든 성적이 떨어지지는 건 아니”라며 “우리의 경우 운동부 가입 전 성적보다 떨어지면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 무식해서 운동한다는 말은 옛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제주의 체육 꿈나무들은 모두 482명.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 그리고 학부모들의 인식전환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해 보인다.

한편 이날 치러진 사전경기에서 남자초등부 제주선발팀이 2-1로 승리, 8강에 진출했으며, 남·녀 중학부 축구는 각각 2-4(승부차기), 0-4로 패해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회 개막일인 24일 태권도, 역도, 유도, 체조, 수영(다이빙) 등에서 제주선수단의 첫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