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동계전지훈련 실적 부풀리기 '의혹'

각종대회 참가팀, 전지훈련숫자에 포함
책상머리 숫자놀음...비오는 날은 오일장

2014-05-14     박민호 기자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매년 겨울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참가하는 팀들이 늘면서 제주시가 사계절 전지훈련팀 유치를 선언했다. 하지만 비슷한 기간 제주에서 개최된 각종 대회 참가팀를 동계전지훈련 인원수에 포함, 참가자(팀) 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시는 14일 보도 자료를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제주를 찾은 동계훈련팀은 모두 2415팀(24종목)으로 연인원 3만2612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2012~2013년)보다 팀수는 38%, 인원수는 5.7% 증가한 것으로 제주시는 이들이 제주에 머무는 동안 339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제주시가 동계전지훈련팀수를 집계하면서 비슷한 기간 제주에서 개최된 대회 참가 인원도 포함시킨 정황이 드러나면서 실적을 올리기 위한 부풀리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계전지훈련이 시작되는 지난해 11월 제주시를 찾은 전지훈련팀은 모두 35개팀·379명.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그 실상은 충격적이다.

이달 방문한 35개 팀 중 12월 예정된 제13회 제주컵 유도대회 참가팀을 뺀 나머지 전지훈련팀은 야구와 복싱, 골프 각 1개 팀·99명이 전부다.
 
제13회 제주컵유도대회가 진행된 12월 방문한 294개팀(3147명) 중 대회 참가 267개팀을 제외하면 야구(2팀)·펜싱(5팀)·수영(9팀)·육상(7팀)·축구(2팀)·사이클(2팀) 등 6개 종목 27개 팀(397명)에 불과하다.

대회가 끝난 이후 지난달까지 제주를 방문한 유도팀은 지난 2월 1팀(29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3·4월에는 단 한 팀의 유치실적도 없다.

전지훈련팀 숫자 부풀리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11·12월 단 한 팀의 유치실적도 없었던 태권도는 1월 들어 319팀(9000명)으로 급증한다. 이달에는 제9회 제주평화기태권도대회가 진행됐으며, 2월 46개 팀(1405명)으로 급감한 태권도는 3월 이후에는 단 한 팀도 방문하지 않았다.

3월에는 골프(757팀·2271명)와 수영(452팀·3693명) 종목이 전지훈련을 이끌었다.

이 시기 제주에서는 제16회 제주도지사배전국주니어골프대회·제9회제주국제대학총장배 월간골프주니어 골프대회, 제9회 제주한라배전국수영대회 등이 열렸다. 이달을 제외하고 골프팀이 제주를 방문한 건 지난해 11월 단 한 팀이 전부였다.

동계전지훈련팀 유치 마지막 달이었던 지난달에는 테니스(231팀·694명) 한 종목만 이름을 올렸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제주국제주니어테니스 대회가 열렸던 달이다.

이와 관련 제주시 관계자는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는 궁색한 변명만 내놨다.

체육계 관계자는 “산술적으로 전지훈련팀이 늘어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질 적인 측면에선 타 지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면서 “동계훈련은 체력 훈련이 기본이다. 하지만 제주에는 이를 위한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지훈련 초기 한라수목원 입구에 ‘운동선수 입장금지’란 현수막이 내걸린 적이 있었다”면서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입장 금지 조치는 해제 됐지만 이 것이 제주전지훈련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지금도 비가 내리면 제주시오일시장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책상머리 숫자놀음이 아닌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