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소방원 생활을 마치며…

2005-04-19     제주타임스

 예비군마크를 달기 위해 군복을 꺼내려고 하니 지난 2년간 나와 함께 했던 주황색 기동복에 대한 추억 속에 찬찬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화재현장에서 생겨서 빨아도 지워지지 않았던 얼룩과 교통사고 현장에서 묻은 기름 자욱, 그 외에도 수없이 생기고 지워져 나갔던 흔적들 속에서 지난 2년간 나와, 우리 의무소방원들과 함께 했던 그 제복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현장 경험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타인에게 봉사하는 마음은 머리 속에서가 아닌 체험을 통해 얻어진다는 사실이다. 텔레비젼에서밖에 볼 수 없었던 어려운 이웃들을 현장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지난 시간은 나에게 큰 경험이 되었다. 구급현장에서 보았던 갖가지의 사연들과 자신의 재산이 불타는 것을 보면서 울부짖던 사람들, 그 속에서 내가 저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자연스레 샘솟곤 했다. 나는 이 속에서 현장과 부딪치며 점점 헐어가는 내 기동복, 딱 그만큼씩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키워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전역행사로 특수학교에 봉사활동을 하고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물하기 위하여 월급봉투를 선선히 내놓았던 나의 선임이 기억난다. 육지가 집이라서 휴가 때 갈 데가 없는 많은 후임들을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베풀었던 그이기도 하다. 그가 이웃을 생각하고 동료를 위할 줄 아는 의무소방원 정신의 표본을 보여주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어려움을 보고 같이 가슴아파할 줄 알고, 동료와 이웃에게 기분 좋은 말 한마디와 미소를 건네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준 제주소방서에서의 지난 2년을 가슴 속에 깊이 간직하고, 이제 기쁘게 전역식을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그동안 동고동락해온 소방관들과 동료들이 지금처럼 사고없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화재 진화 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재로 뒤범벅이 된 내 방수화에 물을 뿌려주면서 보여주었던 그들의 미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진 창 용<제주소방서 화북파출소 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