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만 가는 위기의 가정
[제주매일 진기철 기자] 결혼생활 17년차인 A(46)씨는 이달 법원에 이혼서류를 접수했다. 일 때문에 육지부 출장이 많아 자녀들의 양육을 도맡아 하던 아내의 우울증이 심해지고 다툼도 잦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A씨 부부는 이혼에 합의했고, 현재 숙려기간 중이다.
잦은 출장으로 소원해진 부부관계, 성격 차이로 인한 잦은 다툼 끝에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4일 제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부부간 합의에 의한 협의이혼 신청 건수는 1912건으로 전년 1765건 대비 8.3% 증가했다.
협의이혼 신청 후 실제 부부의 연을 끊은 부부는 1066쌍에 달한다. 하루 평균 3쌍이 각자의 삶을 위해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제주지역 협의이혼은 전국 평균의 2배를 넘어서면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협의이혼 신청건수는 13만6408건으로 3.4% 증가, 제주지역 협의이혼 신청건수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제주지역에 위기의 가정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의이혼의 주된 이유는 성격차이, 경제적 문제, 시댁갈등, 폭력 등아지만 성격차이와 경제적 문제가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법원은 현재 ‘협의이혼 사실확인 신청’이 접수될 경우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이외는 1개월의 숙려기간을 주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자녀와 자신을 위해 이혼이 옳은 선택인지 판단하라는 취지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해서는 이혼숙려 기간을 3개월로 한 것은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면서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를 생각해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제적 문제, 가정폭력 등 자녀들을 위한 이혼도 있지만 성격차이나 갈등 등으로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풍토도 문제”라며 “가정불화 등으로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가 늘어날 경우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주게 되는 만큼 부부관계 개선프로그램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