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각고의 결단이 필요하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대한민국 사회가 언제든 후진국형 대형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사건이 터지면서 보여준 정부의 허둥대는 모습, 선장과 승무원의 파렴치하고 무책임한 행동, 그리고 안전에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먼 청해진 해운과 소유주, 뿌리 깊은 관료사회의 유착이 빚어낸 관피아까지 고구마 줄기가 엮어 나오듯 부실과 부패의 연결고리가 안전불감증으로 그 속내를 드러냈다.
특히 수학여행을 떠난 수많은 학생들이 무책임하고 무사안일에 젖어 생명을 경시하는 어른들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참극을 당하는 비극을 접하면서 온 사회는 슬픔과 절망에 쌓여 참담한 심정으로 분노를 삼키고 있다.
대형참사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일이 터지면 여기저기서 원인을 둘러싼 의견을 쏟아내고 이제 제대로 하자는 소리가 쉽게나온다. 늘 일이 터지고 나서 제대로 하자는 식이다. 사건의 밑그림보다 사건 자체만을 쫓으며 긴급대책 회의가 열리고 치밀하고 신중한 준비과정도 없이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할 새로운 조직구성부터 거론한다. 적당히 민심달래는 식이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 지금 같이 불신이 팽배된 상황에서는 백날 얘기해봐야 챗바퀴 돌듯 마지못해 따라가는 형식이 될 뿐이다. 행동과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 얽히고 설킨 잘못된 관행과 부정, 비리는 끝까지 파헤쳐 대가를 치루게 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뼈를 깎는 각오와 결단으로 기본과 원칙을 세우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고 대응의 성패는 현장에서 지휘관의 종합적인 판단과 매뉴얼에 따라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현재 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이를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려면 평상시부터 실전과 같은 지속적인 교육훈련과 안전을 위해 내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겠다는 의무와 책임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안전과 안보를 지키는 사람은 명예와 자부심으로 먹고산다고 한다. 좋은 체계와 훈련도 현장종사자들의 자부심과 명예로운 직업관을 가졌을 때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우리는 위기에 처했을 때 똘똘 뭉쳐 위기를 헤쳐 나가는 저력을 발휘해왔다. 이번에 보여준 사고현장에서의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에서부터 자발적으로 이어지는 성금, 그리고 국민들은 함께 걱정하고 슬퍼하며 그 누구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모두가 주체가 되는 그리고 원칙과 정의를 반드시 세우겠다는 각고의 결심이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