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도 여객선 ‘안전 불감’
해경 등 점검 벌여 8척서 50건 적발
선사 측에 시정 통보만···법 개정 시급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세월호 참사로 해상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 선적 여객선들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안전 문제가 적발되더라도 해경이 직접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보니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제주·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29일까지 한국해운조합과 여객 선사, 하역 회사 등과 함께 여객선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 기간 해경은 승무 인원 확인, 안전 교육, 비상 상황 시 조치 방법 숙지 상태, 화물 적재 및 차량 위험물 고정 상태, 구명 장비와 소화 장비 비치 및 관리 상태 등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제주를 기점으로 운항하는 연안 여객선 가운데 제주에 등록된 여객선 4척과 도서지역 운항 여객선 4척 등 모두 8척의 여객선에서 크고 작은 안전 문제 50건이 적발됐다.
특히 세월호(6825t·정원 921명)와 비슷한 규모로 제주~완도를 운항하는 여객선 한일카훼리1호(6327t·정원 975명)는 객실별 구명조끼에 대한 안내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13가지 사항을 지적받았다.
제주~완도를 운항하는 또 다른 여객선인 한일카훼리3호(606t·정원 255명)와 한일블루나래호(3032t·정원 572명)는 구명부환에 연결된 구명줄 관리 상태가 미흡한 데다 구명조끼 착용법도 게시하지 않았다.
제주~목포를 운항하는 핑크돌핀호(223t·정원 250명)의 경우 구명환의 끈을 고정하는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모슬포항에서 마라도와 가파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인 삼영호(38t·정원 91명), 21삼영호(196t·정원 294명), 모슬포1호(173t·정원 240명), 모슬포2호(156t·정원 224명)에서도 31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지만 해경은 점검을 통해 나타난 문제를 선사 측에 시정하도록 통보만 할 뿐 직접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은 없는 실정이다.
이는 2012년 해운법이 개정되면서 운항관리자가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누락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전 문제를 해경이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관련 법규 개정과 함께 여객선에 대한 철저한 안전 관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점검 결과를 선사 측에 통보해 시정을 요구한 상태”라며 “지속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여객선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