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통해 장애인들 닫힌 마음 열 때 큰 보람”

‘동행 함께하는 제주’···나눔적십자봉사회
“매주 일요일 목욕 봉사·틈틈이 헌혈 캠페인”
“시대 변화에 맞춘 다양한 활동 전개할 계획”

2014-04-29     김동은 기자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지난 27일 이른 아침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소재 중증장애인시설인 창암재활원. 중증장애인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이날은 나눔적십자봉사회(회장 최경미)의 목욕 봉사가 있는 날이었다.

노란 조끼를 입고 재활원을 찾은 나눔적십자봉사회 회원들은 이발을 한 장애인들의 몸을 구석구석 씻겨줬다. 목욕을 마친 장애인들의 옷을 입혀주고, 젖은 머리를 정성스레 말려주는 것까지 회원들이 도맡아서 했다.

장애인들은 목욕을 하고 나서 깔끔해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회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다. 목욕을 마친 장애인의 머리를 빗겨주던 한 회원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재활원에 있는 장애인들을 상대로 목욕 봉사를 하고 있다. 회원들이 이 곳에서 목욕 봉사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7년이 됐다. 이전에는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인 살레시오의 집에서 10년 가까이 목욕 봉사를 했단다.

지금은 무엇보다 수월한 것이 목욕 봉사지만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장애인들을 씻기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은 데다 정말 미안해 하는 상대방의 마음까지 배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오랫동안 목욕 봉사를 해오니 장애인들과 많이 가까워졌지만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던 이들이 봉사 활동을 통해 다가올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회원들은 전했다.

1993년 창단한 나눔적십자봉사회는 다회 헌혈자와 간호사, 임상병리사, 수의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목욕 봉사 뿐만 아니라 홀로 사는 홀몸 노인들과 소년소녀가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가 하면 적십자사에서 만든 밑반찬을 생활이 어려운 가구에 직접 전달하기도 한다.

또한 다회 헌혈자들이 모인 봉사 단체인 만큼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헌혈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한 회원은 “지금까지 회원들의 헌혈 횟수만 다 합쳐도 무려 2000번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이들에게 있어 헌혈은 이미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특히 회원들 가운데서도 헌혈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진성협(50)씨의 헌혈에 대한 애정은 유별날 정도다. 진씨는 1981년부터 헌혈을 시작해 지금까지 매월 2차례씩 빠짐없이 헌혈에 참여해오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헌혈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단다.

백혈병에 걸린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헌혈에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됐다는 진씨가 지난 30여 년 동안 헌혈한 혈액양도 250ℓ에 달한다. 지난 2월에는 제주적십자사혈액원 헌혈의 집을 찾아 헌혈을 하면서 500회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진씨는 “헌혈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져 많은 분들이 헌혈에 참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혈액을 외부에서 수입하지 않고 내부에서 공급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도민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20년 넘도록 봉사 활동을 해올 수 있었던 한 가지 비결을 들려줬다. 그런데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함께 하라는 것이었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여럿이 힘을 합치면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최경미 나눔적십자봉사회 회장은 “창단 초기인 1994년에는 노루가 귀하던 시절이라 노루 보호 캠페인의 일환으로 먹이를 줬던 기억이 있다”며 “지금은 노루가 농작물 피해를 주며 유해 동물이 돼 버린 것을 보면 봉사 활동 속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앞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다양한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며 “특히 생활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 탈북 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봉사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최경미 나눔적십자봉사회 회장

봉사라는 것이 참 어려우면서도 쉬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처음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해나가기는 정말 쉽습니다.

나눔적십자봉사회는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로 구성돼 있어 부담 없이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작은 실천 속에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것은 물론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봉사 활동은 산교육이 될 수 있고, 같이 봉사 활동을 하게 되면 자신과 가족을 다시 보게 되고 사회를 보는 시선도 따뜻하게 변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봉사 활동을 해왔는데 성인이 돼 그들이 다시 자신의 아이들 손을 잡고 봉사 활동을 한다는 상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나눔적십자봉사회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봉사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