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정의하는 순간 절대 '힙합'될 수 없어"

[박수진이 만난 사람 23] 힙합가수 감초

2014-04-29     박수진 기자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 "힙합에 대한 정의요? 음… 정의 하는 순간 절대 '힙합'이 될 수 없어요."

예상치 못한 답변에 기자는 당황했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게 힙합이죠"정도의 답변을 예상하고 던진 질문이었다.

힙합가수 감초(사진, 본명 강감초)는 "정의를 내렸는데, 그것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 노래는 힙합이라 할 수 없는 것이 돼버린다"며 "그냥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감초를 29일 제주시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렸을 적 음악을 좋아했던 감초. 자신에게 맞는 음악 장르가 무엇인지 찾다가 '랩'에 빠졌다. 2007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감초는 '힙합'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감초에게 '음악세계'를 물으니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음악 장르보다는 '가사'에 기준을 둔다고 했다.

감초는 자신이 하고 싶은 랩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관중들이 즐겨 듣는 랩도 들려준다고 했다.

"오직 내가 하고 싶은 음악만 선보일 수는 없어요. 관중들의 귀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내가 주로 하는 랩은 일명 '언더그라운드 랩'인데요. 이는 자신의 내면적인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등을 주로 이야기해요. 관중들이 즐겨 듣는 랩을 정의하자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사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감초에게 '자작곡'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최근에 완성한 '인조인간'이라는 노래를 들려줬다. '인조인간'이라고 하니 기계적인 인간에 대한 느낌이 떠올랐다. 하지만 감초는 자기 스스로가 내 삶을 만들어나간다는 인간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제주에서 '문화예술활동'은 힘들다. 어떻게 보면 '힙합'은 더 그렇다. 가뜩이나 '힙합'하면 대부분 '디스 (diss: 상대를 폄하하고 깎아 내림)', '폭력', 등을 떠올리지 않는가.

감초는 공연을 할 때마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특히 힙합은 호불호(好不好)가 확실히 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중들에게 '진실'로 다가가 열심히 공연을 하면 고정관념은 금방 깨진다고 덧붙였다.

요즘 들어 제주에서 오로지 '힙합'을 주제로 한 공연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좀 큰 공연을 예로 들자면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진행된 '제주힙합포럼'을 꼽을 수 있다.

힙합포럼은 2월과 3월, 4월 첫째 주 목요일 날 언더그라운드 클럽 '블루힐'에서 열렸다. 래퍼들이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포럼'형식으로 공유하고, 누구나 즉흥적으로 랩을 선보일 수 있는 프리스타일 무대까지 준비돼 눈길을 끌었다.

도내 여럿 가수들과 인터뷰를 해보니 대부분 '서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감초 역시 이를 최종 꿈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감초는 "생계형으로 음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좋아서, 단순히 인생을 즐기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며 "이익을 보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주에서 열심히 입지를 다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늦어도 3개월 안으로 앨범이 나온다. 또한 앨범이 나오는 데로 쇼케이스도 열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감초는 "열심히 활동 하다보면 멋진 래퍼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해서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