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번째 도전끝에 미국 무대 점령한 노승열

2014-04-28     제주매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 3년 만에 첫 정상에 오른 노승열(23·나이키골프)은 어릴 적부터 장타자로 이름을 날린 골프 신동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채를 잡은 노승열은 중학교 3학년 때인 2006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07년 프로로 전향한 그는 2008년 아시안투어 대회인 미디어 차이나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해 아시안투어 신인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아시안투어와 유럽투어가 공동 개최한 메이뱅크 말레이시아오픈에서 18세 282일의 나이로 우승했다.

이 기록은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가 보유한 유럽투어 최연소 우승(18세213일)에 이어 두 번째 최연소 우승 기록에 해당한다.

2010년 말레이시아오픈 우승으로 아시안투어 최연소 상금왕에 올랐던 노승열은 2012년 두 번째 도전 만에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꿈의 PGA 투어 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PGA 투어는 만만치 않았다.

함께 PGA 투어 티켓을 따낸 배상문(28·캘러웨이)이 지난해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동안 노승열은 톱10에만 5번 드는 데 그쳤다.

그간 최고 성적은 2012년 AT&T 내셔널에서 기록한 공동 4위로, 2013년에는 난조에 빠져 투어 카드를 잃을 뻔했다.

그의 가능성을 인정한 나이키 골프가 2013년 그를 후원하기 시작했지만, 데뷔 후부터 써오던 골프 클럽을 바꾸면서 지난 시즌 부진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하며 2013-2014 시즌에 합류했고, PGA 투어 78번째 출전 만에 마침내 우승컵을 거머쥐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올 시즌 새 클럽에도 완벽하게 적응을 마치면서 부활의 샷을 날리는 데 성공했다.

노승열은 "바람이 많이 불어 그린 위 볼 컨트롤 등 플레이가 쉽지 않았다"며 "첫 홀에서 보기를 하고 뒤쫓아오던 키건 브래들리가 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불안했지만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17번홀에서 파를 잡은 것이 승부에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해 퍼트가 들어간 뒤 주먹을 쥐어보였다"며 "그때 보기를 했으면 1타 차로 마지막 홀에 들어서게 돼 쉽지 않았을 텐데, 그 퍼트를 넣은 덕분에 18번홀에서 편안히 쳤다"고 설명했다.

노승열은 "PGA 투어 첫 우승이 매우 기쁘다"며 "로리 매킬로이, 조던 스피스, 패트릭 리드 등 뛰어난 젊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승열은 드라이브 평균 거리에서 293.9야드를 날려 PGA 투어 전체 선수 중 50위, 평균타수 70.865타를 기록해 66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우승으로 페덱스컵 시즌 포인트 랭킹에서는 1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노승열은 그동안 세계적인 스윙 코치 부치 하먼에게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2012년 3월부터 타이거 우즈의 스윙 코치인 숀 폴리의 지도를 받았으나 지난해 말 결별하고 새로운 코치를 찾고 있다.

캐디도 꼼꼼히 고르는 성격인 그는 2012년에만 세 차례 캐디를 바꿨고, 올 시즌에도 벌써 두 번째 캐디인 스콧 새즈티낵(호주)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노승열의 캐디백을 맨 새즈티낵은 트레버 이멜만, 스튜어트 애플비 등의 캐디를 봤던 베테랑이다.

노승열은 "새즈티낵과 거리 잡는 것과 플레이 등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맞아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노승열의 골프 인생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아버지 노구현 씨다.

노구현씨는 어릴 적 노승열의 캐디백을 직접 잡는 등 열성적으로 노승열을 지원했고 노승열이 미국 생활을 할 때도 수시로 그를 찾아 함께 다니며 힘이 돼줬다.

그동안 건강 상태가 나빠져 안암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으나, 당시 투병 중이던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노승열이 고려대병원에 기부하게 하는 등 골프뿐 아니라 노승열의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양용은(42·KB금융그룹), 찰리 위(42) 등 이날 맥주 세례로 노승열의 우승을 축하해준 투어 동료들도 노승열에게는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된다.

노승열은 "다들 경기 후 바로 비행기를 타야 해서 축하를 못해줄 같다고 했는데 막상 오늘이 되니 돌아와서 함께 기뻐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노승열은 "세월호 침몰로 마음 아파하는 국내 팬들에게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위안과 행복을 전해주고 싶었다"며 "다음주에도 승리해 2주 연속 우승이라는 더욱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