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조의 大前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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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정치권에서는 국가개조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수습이 끝나면 국가개조 수준의 대책들이 정부차원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범 정부차원의 국가개조를 위한 ‘그랜드 플랜’이 마련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국가적 혼란을 지켜보면서 국가개조의 필요성은 정치권보다도 국민들이 더욱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국가개조의 주요 대상은 바로 정부요, 정치집단들이요, 재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관피아(관료+마피아)’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라는, 어찌 보면 창피하기까지 한 신조어가 등장하겠는가.
그러나 국가개조를 위한 대책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문책성 개각이나 정부기구의 부분 개편, 일부 법령의 형식적 제?개정, 인사 제도의 변화, 대형사고의 예방 및 대응책 등을 마련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국가개조가 아니라 하나의 정책변화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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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에서의 국가개조가 이루어지려면 헌법 개정까지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헌법을 고치지 않고서는 국가개조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국가개조는 ‘윗물에서 아랫물로’ ‘정상(頂上)에서 평지’로 향해 가야한다. 역(逆)으로 평지에서 산꼭대기로 가려거나, 아랫물을 윗물로 흐르게 하려다가는 실패하기 쉽다.
국가개조의 대전제로서 우선 대통령의 임기를 5년 단임제에서 4년씩 8년 연임제로 복귀해야 한다. 대신 대통령의 사면 복권 권은 대폭 축소 돼야 한다. 간접적인 사법권 침해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임명권도 내려놓아야 한다. 정치 검찰의 폐단을 막는 길은 그길 밖에 없다.
교육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선택형 정답을 가려내는 기술이나 가르치고, 제나라 역사와 사람됨을 소홀히 가르치는 교육으로는 국가 백년대계를 꾸밀 수가 없다. 지금 국가의 대소사를 맡고 있는 계층들은 거의가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갈릴 때마다 변하는 단답형(單答形) 교육제도에 의해 교육 받은 사람들이다.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세월호 선장이 학교에서 제대로 전인 교육, 도덕교육을 받았을 것으로 믿기는 어려울 것이다.
돈을 숭배하는 물신주의(物神主義)를 추방해야 한다. 국민의 희생 위에 황금탑을 쌓아 놓고 돈에 약한 공직자들에게 로비를 펴고, 의사와 흥정, 병역의무도 피해가며 재산이라면 친형제끼리도 송사를 마다하지 않는 그런 물신주의자들이 판을 친다면 자본주의 가치마저 대중으로부터 멀어져 갈 것이다.
소수자의 경제 독점 현상을 막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국가경제가 아니라 재벌이라는 이름의 수백 명에 불과한 소수자가 지배하는 사경제(私經濟)로 변질돼 가고 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 결국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이 실소유주로 있는 세월호 참사로 나타났을 것이다.
말뿐이 아닌, 진짜 탕평책(蕩平策)을 쓰고 지역차별을 없애야 한다. 능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하고 영-호남, 충청-경기를 차별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국익 중의 국익일 것이다. 공항이 필요치 않는 곳에는 정치공항이 생기고, 모든 국민이 필요에 의해 반드시 공항이 필요한 곳에는 이 핑계 저 핑계로 공항을 만들어주지 않은 이런 비뚤어진 사고는 정부 내에서 추방돼야 한다. 공직비리, 조직이기주의도 몰아내야 할 암적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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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대전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개조는 없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개각, 엄벌, 보상, 재난청 신설 등 안전망 구축, 형식적인 인사정책 변화만으로 국가를 개조할 수가 없다. 그것은 정책 변화일 뿐이다. 정부, 아니 박근혜 대통령은 설사 고독해지더라도 대한민국을 해체, 새로 태어나게 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국가개조의 최선봉에 나서 주기 바란다. 그리고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국가적 민족적 역사적 성업(聖業)’으로 수정, 대북 관계를 개선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