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신마저 침몰시킨 일부 지도층
세월호 침몰로 인한 실종자 구조와 시신 수습, 사후보상, 국민 집단적 외상후 스트레스 치유 등에 온 몸을 던져야 할 이 나라의 지도층들이 아직도 제 정신을 못 차리고 엉뚱한 행동거지와 망언을 내뱉고 있다. 그들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안전행정부 국장급이요, 차기 유력한 국가기록원장 후보라면 그것만으로도 고위 지도층임이 분명하다. 바로 이러한 사람이 세월호 참사현장을 찾았다가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자”며 유족들에게 “비켜 달라”고 했다니 이게 어디 철이든 사람이 해야 할 행동거지란 말인가. 정부가 즉각 해임 조치를 취했지만 국제적 망신이다.
현직 세종 시장이자 6.4선거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인 유한식씨는 어떠했는가. 세월호 참사로 정부-여당 모두 각종 행사의 연기와 가무음주(歌舞飮酒) 자제를 당부하고 있었음에도 그는 조치원읍의 한 식당에서 열린 청년당원 만찬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폭탄주까지 나 돌았다고 한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유한식 시장이 폭탄 주를 권고 받았으나 마시지 않은 점을 들어 경고에 그친 모양인데 한때 후보자격 박탈 문제까지 거론될 정도였다고 한다,
정몽준의원의 아들 정모군도 설화(舌禍)를 일으키고 말았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총리가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항의 받은 상황을 두고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소리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에게 물세례를 했다”며 “국민정서가 미개 하니까 국가도 미개 한 것 아니냐”고 했다. 정몽준 의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유족과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세월호 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3시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연설회에서는 지지자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희희낙락하는 후보자도 있어 보는 이의 눈총을 샀다고 한다.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어쩌다가 대한민국의 고위 지도층 가운데 이러한 인사들이 있어야 하는지 슬프기까지 하다.
정부와 각 정당들은 국민정신마저 침몰시키는 이런류의 지도층 인사들의 의식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개혁시키고 정화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여객선 참사만이 아니라 심지어 이들까지도 국민들에게 외상후 스트레이스를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