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대한민국···잠 못드는 도민들”
‘세월호 트라우마’…슬픔·답답·우울 등
“주변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직장인 김모(31·제주시 도남동)씨는 이번 주말에 친구들과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가 계획을 취소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수백 명의 단원고 학생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데다 사망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소식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배 안에 갇혀 생사 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여행을 갈 수는 없다”며 “당분간은 휴일에도 밖에 나가지 않고 집 안에만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모(35·제주시 이도2동)씨는 요즘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혹시라도 생존자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는 “일하는 도중에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 양모(42·여·제주시 연동)씨는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을 흘리기 일쑤다. 차가운 물속에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양씨는 “아이들 생각이 내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슬픔을 나누고 있는 제주도민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제주로 수학여행을 오다 참변을 당한 학생들 생각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은 물론 외출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단원고 학생들과 또래인 고등학생들은 수학여행의 추억을 기대하며 배에 오른 친구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비통한 마음에, 어른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 한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생 자녀를 둔 40·50대 학부모들은 마치 자신의 자녀가 사고를 당한 것처럼 충격적인 감정에 휩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직접 겪지 않아도 실의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자신과 연관된 듯한 심리적 외상을 겪을 수 있어 주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심재현 S-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도민들이 급성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