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세 국회의원님 귀하

2005-04-16     강정만 편집국장

요즘 무척 바쁘신 줄 압니다. 임시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 준비를 하느라, 독도와 교과서 문제로 일본을 다녀오시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의원님들의 활동상황은 회기가 열릴 때는 물론 열리지 않을 때도 샅샅이 전해져 보고 듣고 있습니다. 의원님들 스스로 지지해준 도민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느낍니다. 의원님들 일거수 일투족이 바로 우리의 생활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계층개편 침묵,  '금'이 아니다

그러나 웬 일인지 제주도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행정계층구조개편 문제에는 영 말이 없습니다.
행정계층구조개편 문제는 의원님들이 잘 아시다 시피 중앙정부는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라는 시범지역으로 하고 싶고, 그래서 계층을 혁신적으로 바꿨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김태환 도정 또한 지난해 전임 도정으로부터 이를 인계받고 내심 정부의 뜻에 호흡을 맞추려고 하는 것 같으나 도민사회가 선뜻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의 핵심은 군을 없애고 대신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확대 통합하는 ‘혁신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입니다. 이를 반대하는 도민들은 두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방자치의 본질은 기초 계층단위가 중심이다. 이런 지방자치 정신에서 볼 때 어떻게 군을 없앨 수 있는갚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는데 따른 불안과 이에 수반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져 있습니다.

행정계층구조 개편 문제는 도민 현안을 넘어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지만 의원님들은 이에 대한 가타부타의 의견발표가 전혀 없습니다.
이것이 “왜 이런 일에 끼어 들어 손해봐”하는 식의 의원님들의 피해의식에서 나온 것이라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표만을 의식한 ‘침묵’으로, 비판의 대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의 최대 현안으로 도민사회가 시끌벅적한데 중앙정부와의 ‘가교역’이 돼야 할 의원님들의 침묵은 절대 ‘금’이 될 수 없습니다.
의원님들의 소신과 의견이 있어야 마땅합니다.

1991년 12월30일로 공포된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당시가 생각납니다.
당시 제주도에는 여당인 민자당 세 국회의원이 있었지요. 이 양반들이 청와대의 위세에 눌려 제주도민 다수가 한사코 반대했던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을 밀어 붙였습니다. 그 결과는 이듬해 3월 있었던 총선에서 모두 도민의 심판을 받아 낙선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굿이나 보다가 떡이나 먹자?

세월은 10년을 훨씬 뛰어 넘은 1995년의 세상이지만, 당시와 하나 다르지 않게 여당 소속의 세 의원님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자의 짧은 생각에는 행정계층구조개편에 의원님들이 침묵하는 것은 혹시 저런 ‘악몽’이 떠올려지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니면 현 도지사가 야당 소속이기 때문 일 것이라는 추측도 해봅니다.
이 구조를 상정한다면 이런 예상도 가능합니다.
“굿이나 보다가 떡이나 먹자”의 행탭니다.

방관자로서 이익을 노린 태도입니다.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 망가질 대로 망가지는 게 좋다”의 행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이겠지요, “섣불리 나섰다가 손해를 보기 보다는 가만 앉아 있는 게 본전이다”는 생각이라면 개인적 보신주의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인구 50만밖에 안되는 변방 제주도가 역사적으로 언제 편안한 날이 있었겠습니까만, 있는 환경 속에서나마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붙일 것은 붙이고 뗄 것은 과감히 떼도록 하는 일’에 힘을 합치는 일입니다.
여기에 제주도지사가 앞장서야겠지만, 의원님들이 함께 힘을 거들어야 합니다.

의원님 세분의 공통된 확실한 의견들을 내놓고 우선 도지사와 의논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여론이라는 것이 공론화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면 의원님들의 의견 또한 공론화되고 하나의 여론의 축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