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점진안' 선호 '근접'
계층구조개편 2차 조사
'예상은 했지만 암담하다'
행정계층구조 개편 2차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든 제주 도정의 표정이다.
심지어 한 공무원은 "가장 고약한 경우"라고 한숨을 지었다.
제주도의 수순은 도민설명회로 인지도를 높이고 유권자의 1/3 이상 투표 참여를 확고히 한 후 행자부의 협조아래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최초 여론조사 결과인 혁신안 70%, 점진안 30%라는 결과를 도출하면 '금상첨화'격이라는 입장이다.
행자부는 '제주도민이 결정한' 행정계층구조 혁신안 특별자치도법에 넣어 오는 9월 정기국회를 통해 마무리지으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지 2년이나 경과한 계층구조라는 현안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동시에 중앙부처에 대해서도 '혁신을 실천한' 제주도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현실은 오히려 제주도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아직 3차 여론조사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오도 가도 못하는' 형국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을 앞둔 선출직 도지사의 정책적인 선택이 함께 맞물린 탓이다.
처음 전망과는 판이하게 전개되는 행정계층구조개편이 제주도정을 흔들고 있다.
▲2차 여론조사 특징
도민 인지도는 다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박병일 한국갤럽 연구6본부장은 "일반 여론조사라면 들어는 보았다 까지 아는 것으로 분류하지만 이 경우는 정책 결정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적용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로서 견해를 피력했다.
이에 혁신안과 점진안이라는 용어를 이해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비율은 47.7%.
아직 절반수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홍원영 기획관리실장은 "향상 추세지만 부족하다"면서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대해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난 청년층, 주부층 등에 집중적인 홍보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도민설명회와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안 선호도는 하락, 점진안 지지도는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시 지역에 비해 혁신안을 더 지지하던 군 지역 주민들이 점진안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 시 지역과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또한 이번 처음 조사한 투표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느 투표와는 달리 82.8%의 도민들이 '투표를 하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향후 전망
제주도는 2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인지도 상승'에 주력하겠다고 알렸다.
겉으로는 태연한 듯하지만 속은 편치 못하다.
혁신안과 점진안 지지도가 격차를 줄이면서 선책의 폭 또한 좁아들고 있는 탓이다.
제주도가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특별자치도법안에 행정계층구조개편안을 집어넣어야 하고 이번 작업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둘을 충족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혁신안 지지도 최소 60% 이상이다.
이 경우 당초 제주도정이 내건 '도민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명분으로 강력하게 추진할 동력을 얻기 때문이다.
3차 여론조사 역시 1,2 차 변화 모습과 같은 양상을 나타낼 전망이다.
제주도의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차 확대되는 반면 혁신안을 지지한다는 계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를 '침묵하는 다수'라는 표현을 썼지만 결국 승패가 엇갈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쪽은 가만히 있는 데 다른 한 쪽은 계속 공격하는 모습이다.
3차 여론조사 결과도 이 차이가 줄어들면 줄지 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러한 양상을 반영한 탓이다.
▲딜레마에 빠진 제주도
제주도청 내외에서는 "이 상태라면 주민투표 못한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절반에 달하는 반대계층을 극복해서라도 밀어 부쳐야 한다는 요구자체가 선출직인 도지사에게 무리한 것으로 비치는 탓이다.
반면 이번 논의를 논의자체로 끝내고 혁신안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제주도는 청와대와 행자부 등에 볼 낯이 없게 된다.
참여 정부는 '혁신'을 줄곧 주창하고 있다.
이 속에 행정계층구조 개편문제 역시 포함돼 있고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제주도가 이번 기회에 '혁신안'을 선택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혁신안'을 들고 올 경우 '특별자치도'라는 선물을 준비했다는 것이 정가의 관측이다.
다시 말해 청와대나 행자부에서 보면 '내부 혁신을 하지 못하면서 특별자치라는 대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이다.
최근 제주도정의 입장에 대해 한 관계자는 "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 있다"면서 "도민 여론과 중앙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사이에서 어떻게 최선의 방안을 택하느냐 하는 것이 과제"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