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입주기관 上典모시듯 해야 하나
서귀포시 혁신도시는 국가 정책 사업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정부산하 각급 기관들을 각 시-도 별로 분산 이전시킴으로써 전국 지역을 균형 발전시킨다는 중요 정책사업 중의 하나가 바로 서귀포시 혁신도시다. 이 사업이 추진 된지도 이제 10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그동안 서귀포혁신 도시에는 입주 계획 9개 기관 중 7개 기관이 청사를 신축 하는 등 이전사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국토해양 인재개발원, 국세공무원교육원, 국세청 고객만족 센터, 국세청주류면허 지원센터, 국립기상 연구소, 한국 정보화 진흥원, 공무원 연금공단 등이다.
그러나 9개 입주 예정기관 중 ‘한국국제 교류재단’과 ‘재외동포재단’ 등 두 기관의 경우는 유별나다. “제주도가 땅이라도 임대해 줘야 청사를 지을 수 있다”고 요청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청사 부지를 매입할 예산이 없다는 얘기도 되지만 서귀포 혁신도시로 이전하고 싶지 않다는 그들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는 제주도, 특히 제주도민 입장에서 볼 때는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부지를 마련할 돈이 없다면, 그리고 제주로 이전할 뜻이 없다면 아예 계획 당시에 거부해버리거나 그러할 용기가 없을 경우 청사부지 매입비를 정부에 요청해 확보했어야 했다.
서귀포 혁신도시 추진 이후 10년이 가까워 온 지금에야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인 제주도에 청사 부지를 매입해서 임대해 달라고 떠넘기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
제주도도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요청이 있자 제주도는 서귀포 혁신 도시 내 LH 소유 토지를 추정가 54억원에 매입, 임대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니 말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재외동포재단은 소속직원이 두 기관 합쳐 110명에 불과하다. 이 두기관이 서귀포 혁신도시로 이전해 온다 해도 제주지역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일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제주도가 이 두 기관을 상전(上典) 모시듯 하면서 도민 혈세를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차라리 그러한 노력과 예산으로 서귀포 혁신도시 내에 대규모 다른 시설을 유치하는 게 지역발전을 위해 나을지도 모른다. 한국국제 교류재단과 재외동포재단의 태도가 그러하다면 이번에는 제주도가 외면해 버리는 게 낫다. 상전 모시듯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