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느 때인데 사이비 기자인가

2014-03-13     제주매일

골재 채취업자를 협박해 550만원을 뜯어낸 신문기자가 구속됐다고 한다.
이 신문기자는 지난 1월, 제주시 구좌읍에서 골재 채취 및 석재 가공업을 하는 회사 대표를 찾아가 석재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슬러지를 불법 매립한 사실을 보도하겠다고 협박, 550만원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구속된 기자는 돈을 뜯어낸 직후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소속사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회사는 그의 사표를 즉각 수리, 의원면직 했다니 그는 이제 기자가 아니다. 다만 전직 기자일 뿐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마도 ‘사이비 기자’라는 불명예가 따르게 될 것이다.
골재 채취업체의 슬러지 불법매립이 사실이라면 그 기자는 그것을 미끼로 돈을 뜯을 게 아니라 사실대로 보도를 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그 기자는 사이비가 아니라 불의(不義)를 사회에 고발한 의로운 기자가 됐을 것이다.
과거 사회가 혼탁했던 시절, 한때 사이비 기자들이 종종 말썽을 피운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지방의 얘기다. 익명성(匿名性)이 약한 제주지역에서는 사이비기자를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사이비기자 없는 청정지역이었던 셈이다. 이점에서 제주 기자들은 지금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청정지역 제주에서 어쩌다 뜬금없이 사이비기자인가. 대명천지(大明天地), 지금이 어느 때인가. 사이비 기자가 통할법이나 한 시대인가. 구속된 기자의 소속사가 다른 지방 신문사라 하더라도 사건은 제주에서 일어났으니 청정지역에 오점을 남긴 셈이다. 신문 기자는 이슬을 먹고도 산다는데 애석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