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천동굴 호수서 세계적 희귀 어류 확인
주홍미끈망둑 일종, 머리는 크고 눈은 퇴화
문화재청은 2010년 KBS환경스페셜 촬영과정에서 호수에 서식하는 독특한 어류가 최초 목격됨에 따라 제주대 산학협력단에서 2012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용천동굴 호수생물 및 서식환경 조사'를 수행한 결과 이 호수에서 전 세계에 총 17종, 우리나라에는 7종이 서식하는 주홍미끈망둑속(Luciogobius pallidus) 일종인 어류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어류는 크기가 3.44cm으로, 일반적인 주홍미끈망둑속 어류와 달리 머리가 유난히 크고, 피부는 멜라닌 색소가 적어 옅은 분홍색으로 투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눈은 퇴화해 매우 작은 특징을 보인다.
이번 수중 조사에서는 1마리에서 최대 4마리의 개체가 목격됐다. 조사단은 정확한 종의 분석을 위해 1마리를 채집했다고 밝혔다.
이 어류는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결과 현재 제주도 연안에 서식하는 유사종인 주홍미끈망둑과 8.9%의 염기서열 차이를 보여 국내 미기록종 어류임을 확인했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어류종은 염기서열 분류에서 통상 차이가 4~5%가 나면 다른 종 또는 신종으로 분류된다.
어류가 발견된 용천동굴은 길이 3.4km의 웅장한 용암굴로 독특하고 다양한 종류의 동굴 생성물이 발달했으며, 동굴 끝부분에는 800m 길이의 동굴호수가 있다.
이 동굴호수는 담수와 염수가 섞여 바다 쪽으로 갈수록 염분 양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호수 속은 완전한 어둠의 상태로 부유성 플랑크톤을 제외하고 이번에 확인한 어류 이외에 다른 생물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이번 연구결과를 국제학회에 발표하고 논문을 게재해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을 예정이다. 특히 용천동굴 호수 어류는 일본 시마네현 동굴에서 발견된 미끈망둑속 어류와 형태 및 서식장소가 유사해 두 어류에 대한 비교분석 연구를 실시, 국제적 신종 어류인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동굴에서의 적응진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물학적인 변화 기작을 밝혀나갈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제주특별자치도와 협력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이 어류의 보호를 위해 동굴 출입을 계속 제한하고, 동굴 상부 지표로부터 농약 등 오염물질의 유입을 차단하는 방안을 수립하여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용천동굴은 2005년 5월 도로 전신주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됐으며 내부에는 용암종유, 용암석순, 용암롤 등 태고적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용천동굴 속에는 바다로 이어진 동굴호수를 비롯 각종 생물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특히 종유관, 종유석, 석주, 평정석순, 동굴산호, 동굴진주 등 탄산염생성물이 다양하게 발달하고 대규모의 동굴호수가 있는 등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커 2006년 2월 천연기념물 466호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