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아동 휴일급식, 햄·소시지 냉동가공식품 절반

배고픔만 덜어주는 ‘시혜적 공공급식’서
건강 고려한 보장체계로 전환 고민해야

2014-03-05     문정임 기자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집으로 배달되는 저소득가정 아동급식(부식 제공)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학교에서 영양사들에 의한 균형 잡힌 식단이 제공되는 것과 달리 주말과 공휴일, 방학 등 학교에 가지 않는 날 집으로 배달되는 아동급식은 품목의 상당수가 햄과 소시지, 냉동만두 등 인스턴트식품으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 아동급식을 지원받는 저소득 자녀는 5978명에 달한다. 휴일 하루당 1인 3500원씩의 식재료를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 두 번 배송하고 있다.

문제는 지원 품목의 상당수가 기름에 튀기는 인스턴트식품이라는 점이다.


제주시와 관련 종합복지관에 따르면 이번 주 ‘2인 저소득 가구’에 배달될 아동급식의 메뉴는 ▲햄 ▲냉동만두 ▲냉동치킨너겟 ▲핫케익믹스 ▲인스턴트 김 ▲오이 ▲배 ▲계란 ▲멸치 ▲순두부 및 인스턴트 순두부 양념.

맞벌이 가정이 많아 아이들이 간편 조리 식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많게는 절반이 가공식품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아직 ‘시혜적 공공급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6·4지방선거 도지사·교육감 후보자들에게 아동 건강 관련 정책 수용을 제안한 아이건강제주연대 이용중 대표는 “이제는 건강이 화두”라며 “배고픔만 덜어주는 복지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맞벌이가 많고 수입이 적은 저소득 아이들은 이미 좋지 않은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건강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저소득 아동에 더 필요한 조치일 수 있다”고 행정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실제 저소득 아동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은성종합사회복지관 김종석 선임사회복지사 역시 “질을 고려한 식품 선정이 필요하다”며 “아동 1인당 급식비의 향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