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만에 만난 혈육 “여한이 없어요”

이종신씨 금강산서 北에 있는 형과 재회
“부모님 산소 찾아 형이 준 술 올릴 터”

2014-02-27     김동은 기자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그토록 그리워했던 형님을 만나 옛 추억을 더듬기도 하고 지난 시간 살아온 이야기도 나누고 나니 가슴 속 응어리가 모두 풀린 것 같습니다.”

다섯 살 꼬마였던 동생이 성성한 70대 노인이 돼 여든이 넘은 형 앞에 섰다. 동생은 형에게 큰 절부터 올렸다.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의미였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간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을 통해 66년 만에 헤어졌던 형 이종성(85)씨를 만나고 돌아온 이종신(73·삼도 1동)씨의 얼굴에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킨 정부에 감사의 마음을 먼저 전한 이씨는 우여곡절 끝에 형을 만나고 온 것이어서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이씨는 아내 문옥선(71·여)씨와 아들, 여동생 이영자(70·여)씨 부부와 함께 형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찾았다.

23일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헤어진 형과 재회한 이씨는 25일까지 개별상봉과 단체상봉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씨의 형은 1948년 4·3사건이 발발하면서 인천소년형무소로 끌려갔다. 탈출을 감행했다가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 이후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했고, 인민군에게 끌려가면서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연로한 형은 큰 아들과 함께 상봉장에 나왔다. 그리던 형을 만난 이씨는 가슴에 담아뒀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며 혈육의 정을 나눴다.

이씨는 난생 처음 형에게 술도 따라드렸다. 술잔을 기울이니 오랜 세월 보지 못한 어색함은 금방 사라졌다. 형제는 각자 준비해 온 사진을 보여주며 기억을 나누기도 했다.

이씨는 “형님께서 북에 혼자 계시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형수님도 건강하시고 자녀도 3남 3녀를 두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형으로부터 술 3병을 선물로 받았다고 했다. 자신을 대신해 부모님 산소에 술을 올려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 산소에 가서 ‘이제는 편히 주무세요’라는 형님의 말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헤어짐을 앞두고 형님에게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 달라는 말을 했다”며 “형님께서 잘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여한이 없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형제는 짧디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헤어졌다. 이씨는 상봉 마지막 날 어릴 적 자신을 업어줬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반대로 형을 힘껏 업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