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애물단지, 적자투성이 호접란 농장

2014-02-27     제주매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벤츄라카운티 소미스에는 4만2760㎡의 광활한 호접란 농장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00년 민선(民選) 2기 우근민 지사 재임 시절, 당시 혈세 119억6700만 원을 쏟아 부어 조성한, 이른바 호접란 대미(對美) 수출 거점지다.
당초 이 사업을 추진 할 때의 명분은 그럴듯했다. 미국 국민들이 선호하는 제주 호접란을 다량 수출 · 판매해서 도의 재정수입을 올리고 재배 농가의 소득도 높여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가고 말았다. 제주산 호접란이 미국 현지에서 꽃을 피우는 데 문제가 생겼고 현지인들의 선호도도 멀어져 갔다. 궁여지책으로 현지 재배도 시도 했으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해마다 적자만 쌓여 갔다.
결국 호접란 대미 수출사업은 지하수 판매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제주개발공사에 경영을 떠 넘겼으나 꽃 장사가 물장사 같지 않았다. 2012년 4000만 원 흑자가 사상 처음이었고, 지난해에는 순익이 겨우 100만 원뿐이었다. 이것을 두고 흑자라 하기에는 부끄러운 일이다.
애물단지가 돼버린 대미 호접란 수출사업은 미국 현지에 있는 4만2000여㎡의 농장을 매각키로 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마저 뜻대로 되지 않아 여러 해 허탕치고 있다. 심지어 근년 들어서는 감정가의 20%까지 감액해서 구매자를 찾았으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호접란 대미 수출 당사자인 우근민 지사도 지난해 11월 도의회 질문 답변에서 “농장을 빨리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감정가 20% 감액에도 원매자가 없다면 ‘15년 애물단지’ 호접란 농장이 앞으로 또 몇 년을 더 애물단지 노릇 하면서 도민 혈세를 축낼지 알 수가 없다.
제주도가 투자했다가 실패한 대형 사업들이 꼭 호접란 대미수출 사업만은 아니다. 1960년대 말 ‘반관반민(半官半民) 제주관광여행사’ 1990년대 ‘제주교역’과 ‘세계 섬문화 축제’ 등이 모두 실패한 도 투자 사업들이다. 그러나 호접란 수출 사업이야 말로 그 어느 사업보다도 가장 규모가 큰 사업으로서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럼에도 사업실패에 대해 책인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앞으로 도민을 위한 제주도정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대한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제 도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