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장, ‘제2 강정 사태’ 안 되게

2014-02-23     제주매일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이설을 둘러싼 갈등이 ‘제2의 강정해군기지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제주도는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이 당초 예측했던 ‘2016년 포화’에서 ‘2014년 포화’로 2년이나 그 시기가 앞당겨지자 현 시설을 확장해서 연장 사용하는 쪽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봉개동 주민들이 반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제주도는 제3의 장소 이설을 검토하면서 ‘폐기물처리시설확충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주민 의견을 수렴코자 지난해 11월 25일부터 12월12일까지 제주시 봉개, 북촌, 동복, 교래, 명도암, 서회천, 동회천, 용강 등 예상 후보지 8개 지역에서 마을별 설명회를 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주민들이 집회신고 및 설명회 참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제주도는 엊그제 도내 일간신문을 통해 “전략환경영향 평가서 초안 주민설명회를 생략한다”고 공고해 버렸다. 물론, 주민 설명회 생략이 ‘환경영향 평가법’에 어긋나지 않는 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이는 무엇을 뜻함인가. 법적 하자나 절차적 잘못이 없는 한, 주민 의견에 관계없이 새로운 쓰레기 매립장 입지 선정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제주도 관계자의 말 가운데서도 그러한 의미가 풍긴다. 그는 “폐기물처리시설확충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회시가 내려오면 그에 따라 입지선정 위원회를 개최, 후보지를 선정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소 민원이 생기고, 부딪칠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집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설사 마을 사람들이 설명회 참석을 거부했고, 당국의 주민설명회 생략이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과연 제주도가 주민 생활과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쓰레기 매립장 입지 선정을 주민의 생각과는 반대로 일방적으로 강행해도 될 것인지 심각히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법과 행정은 다르다. 주민의 정서나 환경, 생활에 영향을 주는, 특히 쓰레기 매립장과 같은 대형 사업은 아무리 필요하고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주민과의 행정적 합의는 필요하다. 반대하면 할수록 설득과 협의를 계속해야 하고 피해를 일부나마 상쇄 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있어야 한다. 강정 해군기지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쓰레기 매립장 문제로 마을 주민들과 제주도가 부딪치게 되면 ‘제2의 강정 해군기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