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천만명, 도민은 무엇을 얻었나
관광개발은 1960년 이래 위정자와 행정 당국, 그리고 제주섬사람 모두의 숙원 사업이었다. 그래서 반세기 넘게 관광개발이라는 기치(旗幟) 아래 엄청난 도민 혈세가 투입 됐다. 도로, 교통, 용수(用水) 등 기반시설을 구축했고, 중문관광단지를 조성할 때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땅까지 헐값에 내 놓았다. 중산간도로, 관광도로들을 신설 혹은 확장할 때도 그랬다.
당국은 당국대로 중앙정부로부터 괄시를 받으면서까지 공항을 확장해 달라, 제2공항을 만들어 달라, 항만을 넓혀 달라면서 떼를 쓰기도 했다. 근년에 이르러서는 관광개발업자에게 국공유지를 공급해 줬는가 하면 ‘토지비축제’라는 것을 만들어 부지를 헐값 제공하기도 했다. 어디 이뿐인가. 외지 대자본 유치를 명분으로 ‘투자진흥지구’라는 데를 40여 군데나 만들어 수천억 원 대의 각종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있다. 이게 ‘부자 감세’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 덕분인지. 아니면 그 탓인지, 2013년에는 제주에 오는 국내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맞게 되었다. 이를 두고 당국은 “대망의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열렸다며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은행 통계가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관광객 1000만 명을 돌파하던 지난해 제주도내 취업자 중 임시직과 일용직 비율이 49.2%로 전국평균 37.3%보다 12%나 높다. 가계대출 역시 4조8080억 원으로 3년 전보다 21.8%가 늘었고, 저 신용등급 대출 비율도 17.9%로 전국 시도 중 세 번째 높다. 농가부채도 마찬가지다. 2012년 기준 3559만원으로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을 뺀 8개시도 평균 2668만3000원 보다 무려 33.4%나 높다.
이에 비해 제주에 진출한 대재벌들은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롯데 등 외국인 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5100억 원으로 연간 53.1%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등은 좌석이 없어 못 팔정도다. 이 외에도 수많은 재벌들의 제주도내 사업장들은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관광소득은 도민들에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 농가부채와 가계대출은 도리어 늘고 있고, 취업은 임시직이요, 일용직이다. 늘어나는 것이 또 있다면 1000만 관광객이 남기고 가는 쓰레기 더미요, 자연 환경의 파괴다. 지금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이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로 매립장 포화시기가 2년여씩이나 앞당겨져 난리다. “대망의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라며 좋아할 때가 아니다. 제주도 관광 정책을 대 수술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