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어린이가 또래에 ‘엎드려뻗쳐’

학교폭력 양상 흡사 학부모·교사 ‘화들짝’
예방교육 유아기 때부터 필요 지적

2014-02-19     문정임 기자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최근 제주지역 한 어린이집에서 학교폭력 양상을 띤 원아 폭력사건이 발생해 학부모와 교사가 화들짝 놀라는 일이 발생했다.

학교폭력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감안할 때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취학 전 아동에게도 정례화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문제의 어린이집에서는 7세 아동이 친구를 시켜 자신보다 힘이 약한 아이 3명을 데려오게 한 뒤 엎드려뻗치게 하고 장난감으로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피해·가해 원아를 불러 화해시켰고, 가해 원아 부모에게 고지했다"며 "폭력성 치료 전문기관을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생각이 단순하다”며 “사랑과 기도로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 학부모는 “사건 후 아이의 말수가 급격히 줄었고, 화해가 시도된 이후에도 문구류가 일부 훼손돼 돌아왔다”며 “어린이집에서 문제를 해결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피해 학부모는 “이번 상황이 학교폭력의 형태와 닮아 있어 굉장히 놀랐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에서도 미취학 원아들에게서 학교폭력의 기미가 엿보인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7~8월 전국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사 1004명을 대상으로 ‘영유아기 인성교육 실태 및 요구조사’를 실시한 결과, ‘담당학급에서 아동 간 따돌림이나 배척행동을 보이는 아동이 있느냐’는 질문에 52%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공격적인 아동이 있다' 48.7%,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아동이 있다' 36.7%, '발달과 행동이 느려 학교폭력에 취약할 가능성을 보이는 아동이 있다'는 53.2%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처럼 학교폭력의 대표 유형인 따돌림과 폭력이 유아기에 나타나고 있음을 인지하고도, 유아기의 인성교육과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별개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아기 인성교육을 무엇으로 보는 지'에 대해 '양치질 등 기본 생활습관 형성'이라고 답한 교사는 48.8%에 달했다. 반면, 학교폭력 예방에 필요한 '이해·공감력 향상'(13%), '배려·양보'(23.2%)라는 응답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 했다.

또, 응답교사의 42.8%는 '인성교육과 관련한 교육이나 세미나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현재 제주지역의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은 초·중·고에 한정되고 있다. 유치원·어린이집의 경우,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학대’ 신고만 의무화돼 있다. 자체적으로 ‘아동안전’과 관련한 인형극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화재·교통사고·폭력·유괴 예방 등 광범위한 안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반면 서울 등 일부 광역시에서는 유아기 때부터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유치원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유아 도덕·인성교육을 위한 유치원 교원 연수’를 문용린 교육감 주재로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학교폭력 예방·대책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26개원을 '인성교육 우수 유치원'으로 지정, 관련 교육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발 빠른 노력은 어려서의 바른 인성함양이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실제 많은 전문가들이 인성교육이 가장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를 만 4~5세로 보고 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육아정책연구소의 김은설 연구위원은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유아기 인성교육에서 ‘기본생활습관 지도’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공감·양보 기술 훈련이 강조돼야 하고, 아울러 교사 대상 교육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