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기도박 통해 억대 편취 40대 덜미
제주지검, 사이트 운영자 불구속기소…전공 살린 로스쿨 검사가 검거 '눈길'
[제주매일 진기철 기자]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출신 검사가 전공을 살려 사이버 사기도박 서버 운영자를 검거해 화제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일본에 서버를 두고 사기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대표 김모(49)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3월12일부터 4월7일까지 일본에 사기도박서버를 두고 국내에 사기도박 게임 배포서버를 빌려 운영 하면서 도박결과에 따라 돈을 보내줄 것처럼 속여 15명으로부터 1억24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 중에는 김씨에게 8700만원을 편취당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기각됐다.
사기도박서버는 피해자들이 접속해 사기도박을 하는 서버를 말하며, 배포서버는 피해자들이 접속해 게임을 다운로드 받는 서버를 말한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 일본에 있는 사기도박게임 사이트를 분석해 국내에 배포서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 배포서버 하드디스크를 압수했다. 이어 배포서버 등에 대한 분석작업 등을 벌여 국내에 거주하는 김씨를 검거하게 됐다.
김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본에 있는 우회용 컴퓨터를 이용해, 배포서버를 관리하는 수법을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은 대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광주고검 디지털포렌식팀과 함께 배포서버를 분석, 서버 내에 김씨의 웹하드 계정이 존재하는 사실과 김씨의 회사서버와 파일을 주고받은 흔적 등을 확인하고 검거에 성공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둔 사기도박 사건인 경우 범인 추적이 어려워 구체적인 제보가 없으면 범인을 검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번 사건은 전공을 살린 담당검사가 홈페이지 분석과 압수된 서버의 접속 로그 분석 등을 통해 피고인을 특정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수사를 맡은 김상천 검사는 연세대 기계전자공학부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공학도다. 2002년 10월부터 5년 4개월 동안은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 2012년 1기로 수료한 후 검사로 임용돼 제주지검 형사2부에서 첨단범죄를 담당해 왔다. 현재는 공판검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