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대 사측 단체협약서 들여다보니
노조활동 탄압 조항 다수
단체협약 유효기간 중 쟁의행위 금지
조합원 출장·노조 홍보 대학 승인 전제
징계위원은 ‘이사장이 선임’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단체교섭에 해태로 일관하던 제주한라대학교(총장 김성훈)가 지난 6일 8차 교섭장에 사측 교섭 안을 들고 오기로 하면서 소통 정상화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제출안에는 노조활동을 억압하는 내용이 다수 실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대학노조 제주한라대교지부(지부장 이준호)는 ‘사용자만을 위한 협약이라 제고할 가치가 없다’며 대학 측에 ‘헌법과 근로기준법, 노사관계법령을 준수한 단체교섭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사실상 제대로 된 협약서를 내놓으라는 얘기다.
사측이 제시한 단체협상서에는 노조의 인쇄물 사용에 대해 ‘대학의 승인을 얻을 경우’ 가능하다는 조항이 삽입됐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중에는 파업 등의 일체 노동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쟁의행위는 ‘대학이 정한 방식에 따른 투표로 과반수 의견을 물어 이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조합원의 모든 출장은 대학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위반할 경우 무단결근으로 본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또 ‘조합원이 언론을 통해 대학이나 대학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며’ 이 모든 내용에 대한 조합원의 처분을 결정하는 징계위원회는 ‘이사장이 임명하는’ 사람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모두 6명의 징계위원 가운데 직원은 1명 배정됐다. 사실상 대부분의 노조업무 및 활동을 대학 통제아래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단체협약서의 적용 및 효력 범위와 관련, 양 측의 합의가 이루어진 날을 기준으로 현 대표교섭노조 조합원의 수가 교내에 존재하는 전체 노동조합 조합원 수의 과반수가 되지 않을 경우 대학은 다른 실질적 노조와 단체교섭 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도 삽입됐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대표교섭노조의 법적 지위를 무시하고 무력화해 조합의 자주성을 짓밟는 행태”라고 분노했다.
노조 측은 또 “단체협약은 법령에서 정한 최소치보다 더 나은 근로조건을 체결하기 위한 것인데, 대학 측 제시안은 거의 모든 조항에 걸쳐 ‘대학 승인’을 얻어야만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며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민노총 제주본부 김경희 정책부장(공인노무사)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중 쟁의행위 금지, 홍보물 게시·배포 등 일부 노조활동을 대학의 승인 후 가능토록 한 안 등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에 위배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는 일반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노조활동을 통제·억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 관계자는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