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기대다 '현실' 저항 자초

행정계층구조개편 논쟁은 왜…그리고…

2005-04-07     고창일 기자

'논의 중단도 고려대상이다.'
제주도가 행정계층구조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심각하게 모색하고 있다.
'2년전 부터 수면위로 떠 오른 문제를 매듭지어 앞으로 더 이상 소모성 논쟁이 지속되지 않게'라는 당위성과 특별자치도 추진에 따른 '제주도의 변화' 즉 효율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현행 제도의 혁신에 나섰다는 점을 중앙정부에 보여 줘야 한다는 의무감 속에서 제주도가 추진하는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장. 군수를 비롯해 시. 군의원, 시민. 사회단체, 전공노 등 말 그대로 나설만한 단체는 모두 나선 가운데 제주도는 좁아진 운신의 폭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다.
사안이 이처럼 복잡해진 이유는 당초의 계산착오라는 분석이다.
제주도는 도민저변에 깔린 '인구 55만에 불과한 제주도가 이렇게 복잡한 행정체제를 유지할 이유가 있나'라는 계량화되지 않은 여론에 너무 기댔다는 것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이 혁신안 도출을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는 혁신안 지지 70%, 현행안 지지 30% 등으로 제주도에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반면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동시에 한데 모아지면서 혁신안 지지는 56%선으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행개위가 집약한 제3안이 행정계층구조의 개편을 바라는 '혁신 지지층'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지 못하는 탓이다.
송상순 행개위위원장도 "자신이 바라는 안은 아니"다라고 밝힐 만큼 혁신안이라고 하기에 '너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반대론자들은 논의 과정의 불합리성을 함께 제기하는 실정이다.
'제주도가 혁신안에 무게중심을 두고 진행해 온 것은 타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 속에서 제주도의 고민은 '절대 다수의 지지를 못 받는 안을 민선시대에 밀어부치기식으로 전개할 수 없다'는 데 모아지고 있다.

오인택 혁신분권담당관은 "우선 도민설명회 등을 통한 인지도 향상작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면서 "그러나 지지율 정도에 따른 정책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논의의 중단 또는 일정조정을 시사했다.
결국 제주도는 '타이밍'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혁신안 지지도가 70%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김태환 도지사가 공언한대로 '뭔가 마무리를 짓는' 형태의 정책이 다시 요구되고 있다.

그 마무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의 비판에서 가장 최소한의 타격이어야 한다는'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선출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팽팽한 여론추이를 보이는 사안에 대해 선출직 단체장이 소신을 갖고 한 쪽을 선택한다는 자체가 극히 어려운 일"이라며 "당초 도민의 공감대, 도민의 선택이라는 부분이 강조된 것도 이러한 배경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