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만의 매력에 ‘제2의 고향’ 둥지
조시와 그리블·홍미선씨 부부
“시끌벅적 명절 분위기 정겨움 느껴
설에 온 가족 모일 생각에 마음 설레”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사랑하는 제 아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고, 그녀의 가족이 사는 곳이라는 게 제주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설에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구운 삼겹살을 쌈장에 찍어 먹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장인어른과 사우나를 찾아 피로를 풀기도 하는 조시와 그리블(34·미국)씨가 아내 홍미선(36·여·제주시 화북동)씨를 따라 제주에 온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미선씨는 2005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일하던 당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리블씨는 우연히 파티에서 만난 미선씨에게 첫 눈에 반하고 말았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조그마한 체구의 동양 여자가 파티장의 문을 열고 멋쩍게 들어서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단다.
그 날 이후부터 그리블씨는 미선씨를 향해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쳤고, 2007년 아주 무더웠던 여름 둘은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그리블씨의 선한 눈매를 본 미선씨의 아버지는 두 사람의 마음이 진심인 것을 알고 흔쾌히 결혼을 승낙했다.
그렇게 부부가 된 그리블씨와 미선씨는 미국에서 살다가 3년 전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미국에서만 지내던 미선씨가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남편이 먼저 제주로 오자고 제의를 한 것이다.
미선씨는 “아내를 위해 평생 살아오던 미국을 떠나 제주로 와 준 너무나도 고마운 남편”이라며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부모님의 축복을 받으며 아기도 낳을 수 있었다”며 남편에 대한 애정과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제는 어엿한 ‘제주인’이 된 그리블씨는 요즘 제주 사투리를 쓰는 재미에 한창 빠져 있다.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를 하는 그리블씨는 점심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송키(채소의 제주도 사투리) 많이 먹어야 한다”고 권하기도 한다.
설을 앞두고 그리블씨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마음이 많이 설레는 모양이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때 모인다고 해도 몇 명 안 되는 것과 달리 제주에서는 명절 때면 가족과 친지들의 시끌벅적함에 정겨움을 느낀단다.
게다가 이들 부부에게 이번 설은 당분간 제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명절이다 보니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미선씨는 “봄이면 다시 고향을 떠나 남편과 미국으로 간다”며 “그때까지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블씨는 마지막으로 “청정 바다와 상쾌한 공기는 물론 멋있는 폭포와 올레길 등 사랑하는 제 아내가 태어나 자란 곳인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며 “매년 명절 때마다 제2의 고향이나 다름 없는 제주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