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반짝 활기”
신구간 본격 이사 행렬 이어져
이삿짐 업체 등 관련업계 분주
2014-01-27 김동은 기자
27일 이른 아침 제주시 도남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는 이삿짐 업체 직원들이 짐을 실어나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잠시 후 사다리차가 아파트 베란다에 걸쳐졌고, 부지런히 이삿짐을 옮겨 실었다.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사다리차를 이용해 짐을 내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모(32)씨는 “이사를 가는 집이 신구간에 비다 보니 일부러 신구간에 맞춰 이사하고 있다”며 “신구간에 이사를 하는 가정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신구간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5일부터 제주도 곳곳에서 본격적인 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 고유의 풍습인 신구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신구간은 대한(大寒) 후 5일째(1월 25일)부터 입춘(立春) 전 3일(2월 1일)까지 약 1주일간으로, 이 기간에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예부터 제주에서는 지상의 신들이 자리를 비운 신구간에 이사나 집수리 등 큰 일을 하면 탈이 없다는 풍습 때문에 도민들은 신구간에 새 집으로 입주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다.
최근에는 신구간을 고집하지 않고 이사를 하는 젊은 층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신구간 이사 행렬이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신구간이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이삿짐을 실은 트럭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 신구간 기간 제주시 지역에서 분양주택 1253세대, 공공임대주택 1638세대 등 공동주택 2891세대가 공급된다.
이는 지난해 신구간에 공급된 3750세대와 비교해 22.9%(859세대) 줄어든 것이지만 2012년 2300세대 보다 25.6%(591세대) 늘어난 수치다.
신구간 이사 행렬이 이어지면서 관련 업계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삿짐 업체 직원 강모(44)씨는 “이사 수요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평소 때보다 바쁘다”며 “다음 달 1일까지는 예약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또 가구점이 몰려있는 제주시 용담1동 서문가구거리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가 하면 도배·장판업체도 손길이 바빠지는 등 신구간을 맞아 관련 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한편, 제주시는 신구간 기간에 하루 쓰레기 발생량이 평소 526t 보다 40t 정도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쓰레기 수거차량 운행 횟수를 하루 1.5회에서 2~3회로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