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천유원지 환경영향평가 총체적 ‘부실’

조류 전문가 없이 현장 조사...심의위원 의견도 무시
도내 환경 3개 단체, 감사위 긴급 조사 요청

2014-01-19     박민호 기자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 블랙파인리조트(무수천유원지) 환경영향평가서가 전문가 참여 없이 조류조사를 진행하고, 심의위원들의 검토의견을 고의적으로 누락하는 등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참여환경연대, 곶자왈사람들 등 도내 3개 환경단체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긴급 조사를 요청하는 등 ‘졸속’ 환경영향평가서에 문제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환경영향평가서 ‘특혜’와 관련 제주도는 그동안 “법과 원칙을 준수해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번 평가서와 관련 사업자에 대한 ‘특혜’는 업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주도의 이 같은 해명은 상당 부분은 거짓으로 드러나 비판 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절차상 문제와 별도로 평가서자체 부실문제가 추가로 알려지면서 도민사회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조례 등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중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의 조류 조사는  연3회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 등에 배포된 해당 평가서(본안)에는 이 같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서에는 해당 지역에 법정 보호종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담고 있지만, 확인 결과 현장조사에 동행해야 하는 전문가는 이번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에 법정 보호종이 발견되지 않았던 이유다.

해당지역에는 문헌 자료만 살펴봐도 팔색조(천연기념물), 두견이(멸종위기종), 긴꼬리딱새 등 10여종의 법정 보호종과 멸종 위기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령천, 무수천, 어시천 등 새들이 식생을 돕는 환경이 이들의 보금자리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현장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조사표도 없고, 참여자(전문가)도 알 수 없다”면서 “이번 평가서는 절차문제와 별도로 부실평가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검토의견을 제주도가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도내 환경 3개 단체는 지난 17일 공동 보도 자료를 통해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들의 검토의견을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심의위원들은 핵심 생태계 조사시기와 관련, 4계절 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주도에 전달했다”면서 “하지만 제주도는 이 같은 의견을 임의로 가공하고, 세부 보완 사항을 누락하는 등 사업자에게 유리한 검토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들어났다”고 주장하면서 무수천 유원지 환경영향평가 ‘특혜’ 의혹과 관련 제주도감사위원회에 긴급 조사요청을 신청한 상황이다.

제주도의 해명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결국 ‘환경영향’을 위한 평가서가 아닌 개발자의 ‘사업 승인’을 위한 평가서를 만든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