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편의 외면하는 제주동부경찰서
본관 주 출입구 휠체어 경사로 설치 안 돼
별관 출입구엔 ‘호출 벨’도 없어 불편 가중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제주동부경찰서(서장 최인규)가 도민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매번 강조하지만 정작 장애인의 불편은 외면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 중 담당 인구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 휠체어 경사로가 본관 주 출입구인 정문이 아닌 서측에 있는 데다 별관 출입구에는 호출 벨 조차 없기 때문이다.
6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제주동부경찰서의 담당 인구는 24만5599명으로, 도내 3개 경찰서 중에서 가장 많다.
게다가 관할 구역에 장애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제주시 이도2동과 아라동 등이 포함돼 있는 데다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은 물론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 편의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에게 있어 제주동부경찰서는 그야말로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느껴지고 있다.
실제 제주동부경찰서 본관의 경우 휠체어 경사로는 주 출입구인 정문이 아닌 서측 출입구에 설치된 것이 고작인 데다 경사로 안내 표지판도 없는 등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본관 2층에 서장실을 비롯해 진술녹화실 등이 있지만 계단밖에 없다 보니 지체장애인은 올라가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 제주시내 한 아파트에 사는 장애 여성들을 이웃 남성들이 수년간 성폭행한 일명 ‘제주판 도가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장애인 단체가 서장 면담을 위해 경찰서를 찾았을 때도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2층에 아동청소년계·성폭력 전담수사팀이 있는 동측 제1별관과 경제범죄수사팀·지능범죄수사팀이 있는 서측 제2별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직원을 부를 수 있는 호출 벨 조차 없다.
더욱이 제2별관 1층 화장실의 경우 턱이 있는가 하면 여닫이 출입문에 공간도 좁아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휠체어가 진입하기 어려워 보였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이 민원 접수에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방문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례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어 편의시설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체장애인 김모(37)씨는 “민원 접수를 위해 제주동부경찰서를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 있어도 장애인 편의 시설이 미흡해 찾아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헌 제주장애인연맹(DPI) 사무처장은 “경사로가 주 출입구인 정문이 아닌 서측 출입구에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보니 위화감 마저 느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