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상상, 뭘 만들까 재료 고를 때 가장 행복”
기획 [꿈을 찾아 나선 아이들] 1. 제주고 조리과 고유주 학생
큰 아버지 농사 도우며 식재료에 관심 조리사 엄마 통해 요리세계에 눈 떠 꿈 품으니 하루하루가 새로운 의미 |
지난달 30일 새해를 이틀 앞두고 새 출발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있는 고유주 군을 만났다. 고 군은 지루한 학창시절 ‘요리’라는 동반자가 있어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며 꿈의 마술 같은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 온 가족이 스승
고유주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요리사를 꿈꿨다. 어머니 김현숙씨가 호텔 조리사로 근무해 자연 요리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엄마는 요리가 힘든 직업이라고 말하면서도 자부심이 대단했어요. 집에서 반찬을 만들 때 조리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셨고 저는 곧잘 엄마의 손맛을 흉내 냈어요”
큰 아버지의 농사를 도우면서부터는 식재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딸기·오이·수박 등 여러 채소의 농사법을 익히며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배웠고, 재료의 물성과 조리 시 궁합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팔리지 않은 작물은 집으로 가져가 오이무침을 하거나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었다.
▲ 꿈 찾아 눈코뜰새 없던 3년
요리를 좋아했던 고 군은 제주고 조리과에 진학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실력 쌓기에 나섰다. 학교가 파하면 학원으로 달려가 자격증 대비반 수업을 들었다. 3년간 한식·양식·중식·일식·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남들이 쉽다는 양식 시험에서는 5번을 내리 떨어지고 6번째에 낭보를 들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제주관광대의 요리실습에 참여하며 양식의 다양함에 놀라기도 했다.
언젠가 부터는 맛 집을 찾아 어떻게 만들었을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고2 무렵에는 이모가 운영하는 향토음식점에서 일을 도우며 재료 고르는 방법을 배웠다.
“그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갖가지 채소와 생선, 고기 등 시장에 진열된 색색의 재료들을 보며 뭘 만들까 나만의 상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순간이죠”
언젠가는 빨리 음식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KBS 취업프로그램인 ‘스카우트’에 지원한 적도 있다. 결국은 떨어졌지만 그 때 같이 지원한 친구들을 보며 부족함을 알았다. 대학 진학을 결정한 이유다.
고 군은 각종 대회에 대한 도전도 멈추지 않았다. 2012년 국내산 축산물 레시피 경연대회에서는 장려상을 탔다. 대단한 입상은 아니지만 처음 수상의 기쁨을 맛 봤다. 지난해에는 영쉐프대회에서 ‘리조또를 곁들인 닭가슴살 테린’을 선보여 전시부문 은상을 받았고, 급기야 지난해 말 대한민국향토식문화대전에서 금상을 받는 쾌거가 이어졌다.
▲ 꿈이 있어 좋은 건
고유주 군은 벌써 마음이 바쁘다. 당장 내년부터 할 일이 많다. 요리를 잘 하려면 영어와 불어를 알아야 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해외 인턴 생활도 꼭 해보고 싶다. 요리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가게를 갖는 게 최종적인 꿈이다.
“배워야 할 게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요리를 잘 하려면 재료를 알아야 하고, 재료의 성질도 알아야 하죠. 조리법, 위생, 장식, 그 나라의 문화와 언어까지요. 대학생활 열심히 하고, 세계 어디로든 기회가 있다면 나가서 배우고 싶어요. 나중에 정말 많은 것들을 알게 되면 그 때 다시 제주로 돌아올게요.”
고 군은 '꿈'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가끔은 불안하기도 해요. 공부보단 요리를 선택했는데, 나중에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 있어서 학창시절 정말 바쁘고 즐겁게 후회없이 보냈어요. 그게 제가 경험한, 꿈이 가진 마술 같은 힘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