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에 깃든 '제주여성 이야기' 아시나요"?

2014-01-02     박수진 기자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 신화가 없는 민족이나 국가가 있을까. 만약 없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만들어지는 것이 '신화'다. 많은 신화를 보유한 지역은 문화적 자부심이 크기 때문에, 문화가 경제적 가치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제주 지역 '문화자원'을 도로이름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지장샘로

'설문대여신'은 제주도의 자연을 창조한 신이다. 설문대여신이 제주도의 자연을 창조한 다음 물의 깊이를 실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서귀포시에 있는 지장샘이 깊다고 해 가보았으나, 물의 깊이가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 누군가 설문대여신에게 한라산 물장올이 아주 깊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물장올에 들어갔지만, 그 후 설문대여신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지장샘은 현재 잘 보존돼 샘물로 들어가는 입구 도로명을 '지장샘로'로 지었다. 서귀포시 서홍동에 위치했다.

▲금백조로

제주의 무속신화 주인공인 '금백조'. 무조신인 금백조는 민간신앙민들에게는 신격화돼 있으나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고 한다. 금백조의 도로주소 명명은 무조신의 발원지의 신의 이름을 알리고, 문화적 자원이 어떻게 보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금백조로는 서귀포시 구좌읍 대천동에서 송당리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천덕로

홀로 지내면서 자신의 명예는 물론 시가와 친정의 명예를 꿋꿋이 지키며 일생을 산 여성들을 '열녀'라고 한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했지만, 주변의 재가 유혹을 물리쳤다. 천덕로의 주인공 김천덕이 바로 그런 열녀 중 한명이다. 김천덕은 제주시 애월읍읍 곽지리에 살았다. '김천덕 비'는 원래 곽지리사무소 앞에 있었는데, 현재 곽지과물해변으로 옮겨졌다. 천덕의 이름을 역사에서 살려내 이 일대를 '천덕로'라고 칭한다.

▲홍랑로

홍윤애는 절개를 지키고 신뢰와 사랑을 보여준 주인공이다. 홍윤애는 연인 조정철의 결백을 위해 순절했다. 원래 무덤은 제주시 삼도1동에 있었는데, 1940년대 제주공립농업학교에 포함되면서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로 옮겨졌다. 홍윤애 무덤이 있던 일대를 '홍랑길'로 선정했다. 홍랑길은 현재 제주국제교육정보원 동남쪽에 해당한다.

▲만덕로

김만덕은 '제주여성의 위대함'을 표상한다. 제주인들의 근검·봉사정신을 실천한 대표인물 이기도 하다. 김만덕은 1794년(정조 18)~1795년(정조 19) 흉년으로 제주인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을 때 자신의 전 재산을 선뜻 내놓아 쌀을 구입했다. 이러한 김만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덕로'를 선정했으며 이 도로는 제주동문로타리에서 제주동초등학교 사이에 있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은 제주문화원(원장 신상범)이 최근 발간한 '제주문화 21'에서 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제주여성, 책 속에서 밖으로'라는 원고에서 발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