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해'에 보는 '말 이야기'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 2014년 갑오년(甲午年)의 해가 밝았다. 특히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청마'의 해를 맞았다. 올해 주인공 '말'에 대해 알아보자.
말(午)은 12지의 일곱 번째 동물로서 경오(庚午), 임오(壬午), 갑오(甲午) , 병오(丙午), 무오(戊午) 등으로 순행한다. 시각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방향은 정남(正南), 달로는 음력 5월, 절기로는 하지에 해당한다.
'말'하면 '박력'과 '생동감'을 떠올리곤 한다. 뛰어난 순발력, 탄력 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지고 있어 강인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이야기는 고래로 원시미술, 고분미술, 토기, 토우, 벽화 등에서 나타난다. 민속신앙, 민속놀이 등 민속 문화 전반에서도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어 '말'은 일찍부터 우리 생활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나타난 기록에 따르면 '말'은 신령스러운 동물이다. 금와왕, 혁거세, 주몽 등 국조(國祖)가 탄생할 때 서상(瑞相)을 나타냈고, 백제가 망할 때 말이 나타나 흉조를 예시했다.
혁거세 신화와 천마도의 백마는 최고 지위인 조상신이 타는 말로 인식됐고, 후대로 내려오면서 고대 소설, 시조, 민요 등에서는 신랑, 소년, 애인, 선구자, 장수 등이 타고 온다. 세시풍속에서는 말을 여섯 가축의 하나로 인식하고 정월 상오일, 10월 말에 제물을 차리고 고사를 지냈다. 오늘날까지도 일부 지역의 동제당에 마상이나 마도가 모셔지고 있다.
한국인들은 어느 동물보다도 말과 깊은 유대를 맺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과 더불어 살아온 생활 기록은 단편적으로만 대할 수 있을 뿐이고, 그나마 무관심의 영역으로 방치해 버렸다. 말과 한국인의 생활사, 이것은 한국인의 단면을 구명하는 일인 동시에 한국인의 실상과 뿌리를 조명하는 작업일 수도 있다.
말은 신의(信義)의 상징이기도 하다. 나라 사이의 공물에서 빠진 적이 없는데, 두 나라 사이의 신의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단군왕검의 아들이 중국의 우왕에게 홍수를 다스리는 법을 전수할 때도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맹세로 우왕이 백마 피로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고전 '홍길동'에도 도적들이 홍길동을 우두머리로 받드는 과정에서 백마 피를 올려 충성을 맹세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어 말은 양(陽)을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졌다.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양기가 가장 충만했을 때를 정오라고 한다. 왕성한 에너지와 정열적인 활동 역시 말의 몫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적 가부장 사회에서는 일찍이 말을 남성적 동물로 여겨 왔다.
새해 들어 첫 오일(午日)을 '말의 날'이라 칭해 말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좋은 음식으로 대접했다. 상오일에는 장을 담그면 좋다고 했다.
자, 그렇다면 '말띠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발랄하고 인기 있으며 기지가 있다. 잘생긴 용모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성적 매력이 많다. 실속 있으며,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변하기 쉬운 기질은 때때로 불같은 성질과 성급함·고집스러움으로 나타난다.
예측하기 어려운 말띠 생들은 쉽게 사랑에 빠지며 마찬가지로 쉽게 사랑이 식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말띠 생은 집을 일찍 떠난다. 그렇지 않는 경우에도 그의 독립정신은 그로 하여금 이른 나이에 일을 시작하고 직업을 갖도록 자극한다.
또한 12띠중에서 바람기 많은 남자와 여자이며, 허세 부리기를 좋아하고 움직임이 있는 곳에 있기를 좋아한다. 틀림없이 유쾌한 사람으로서 칭찬을 듣고 해 주기를 좋아한다.
사업에서도 사랑에서 만큼 솜씨가 있다. 재빠르고, 재치 있는 말띠들은 정황을 빈틈없이 파악하고 사람과 사건을 잘 다룬다.
부정적인 면으로는 충동적이고 완고하다. 불과 같이 화를 내는데 자기 자신은 빨리 감정의 폭발을 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처럼 빨리 감정을 회복하지 못한다. 이러한 성격이 그들로 하여금 존경이나 신뢰를 잃게 하는 요인이 됨으로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