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얘기
2013-12-24 제주매일
들녘은 농민의 1년 농사가 막바지다.
저녁이면 연말이라, 송년회다하여 음식점마다 손님들이 술을 권커니 잣커니 그 속에 삶의 의미를 담은 흥겨운 시간이 사뭇 아름답다.
초저녁인데도 단란주점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는 회색 건물 귀퉁이에 요란하다.
빡빡한 살림살이 속에도 요즘 세태는 여성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내가 남새밭을 일구는 일터의 동쪽과 서쪽은 귤밭이요, 서쪽은 소나무숲과 밭농사 밭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노랗게 무르익은 감귤수확에 농민들의 손길이 바빴는데, 노란 감귤은 찬바람에 없어지고, 귤나무의 푸름만 더해 겨울의 낭만이 우러난다.
사실 추운데 낭만을 느낀다는 게 한편에서는 요망을 떤다고 그럴지 모르겠다.
그러나 비가 오다 그친 날씨가 되면 여린 구름장을 피해 햇살이 아름다운 풍광으로 만드는 제주는 일품이라, 밭일에 힘이 솟는다.
며칠 전쯤 인터넷 사이트에 이집트 사막과 베트남 북부 라오까이 성 사파지역에 최고 20㎝ 적설량을 기록했다 한다.
위도상으로 이집트와 베트남은 20도와 30도 상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도 중부 이북지역은 눈으로 인한 수도관 파열과 농작물 피해, 교통사고 등 다소 어려운 형편인 것 같다.
그러나 제주는 산간지대를 제외하고는 눈 보기가 힘든 편이다.
예전에 웃 어른분들은 겨울에 눈이 많이 와야, 풍년이 온다고, 춥고 배 고픔에 떨면서도 눈이 많이 내려주기를 기대 했던 것 같다.
눈이 많이 와줘야 병충해도 죽고 겨울 가뭄이 해갈되고, 또한 중산간 마을은 식수가 귀하여 필자가 어렸을 때는 봄 여름에는 멘주이 물(올챙이)을 마시기도 했다.
지금은 삼다수를 육지뿐 만아니라 외국에 수출도 한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어떻든 자연의 변덕처럼 현대문명이 인간의 정신문명을 힘들게 하고, 인간의 권위와 명예 그리고 물질의 노예로 치부하면서 개인의 욕구와 국민 혹은 정의를 앞세워 우후죽순처럼 나타난 단체는 국민의 의사와는 다소 동떨어진 목소리를 높이는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혼돈 속에 허우적거리리고 있다. 그 정치판 위에 세상을 눈으로 덧칠한다면 겨울은 눈이 와야 명상의 생활 속에 평화의 자존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필자가 며칠 전 귀갓길에 우리 마을 제주 성결교회분 들이 붕어빵을 구워서 추위를 달래주기 위해 무료 봉사하고 있었다.
필자도 붕어빵을 받아 들고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한편에서는 정부정책에 농성을하고, 한편에서는 베풂이 있다는 게 아이러니 하다, 물론 개개인에 개성과 사고가 달라 나라 사랑 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위태위태 할 것 같으면서도 사회의 법과 질서가 제자리에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연꽃이 흙탕 물속에서 꽃이 핀다고 설법을 빌어 얘기하는 것 같다.
이처럼 귀천상하가 이웃과 나누며 군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던 옛 추억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