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주소, 사용하고 계신가요?

2013-12-24     제주매일

세기의 명탐정 셜록홈즈는 의뢰인에게 한마디를 남기고 떠난다. 베이커가 221b로 오시오. 내비게이션도 없는 시대이지만 의뢰인들은 홈즈의 하숙집으로 찾아와 사건을 의뢰한다. 참으로 신통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도로명주소가 널리 쓰이고 있는 것과 달리 지번주소가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홈즈의 의뢰인처럼 주소를 갖고 집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동네사람들에게 개똥이네 집을 물어물어 찾아 가는 게 더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기본 지번 체계는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토지착취수단으로 물리적 위치보다는 토지구획 순서대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하여 토지의 분할과 합병이 불규칙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주소 배열이 갈수록 중구난방이 돼 번지수만 가지고 위치를 찾다가는 말 그대로 ‘번지수 잘못 짚은 꼴’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사실 주소라는 것이 사람의 이름과 비슷하여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지 그 주인이 찾기 쉬운 주소의 필요성에 대해 느끼긴 어렵다. 그래서인지 2011년부터 도로명주소가 법적주소로 쓰이고 내년부터는 전면적으로 사용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도로명주소 사용에 대해 어색해 하고 하물며 변화에 반발심도 표출하곤 한다.
 동주민센터에 근무하다 보니 주민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안내문을 배포하는 일이 왕왕 생긴다. 신규 발령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 겨울철을 맞아 관내 이웃들에게 김장김치를 배달한 적이 있었다. 관내 지리를 잘 몰라 걱정이 앞섰지만 도로명주소로 집을 찾다 보니 배달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도로명주소의 체계만 안다면 누구나 주소를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날이었다.
 도로명주소는 도로명이 부여된 도로를 20미터 간격으로 나누어 서에서 동, 남에서 북의 진행방향에 따라 건물번호는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 순으로 부여된다. 건물번호의 숫자에 따라 거리까지 계산할 수 있으니 주소찾기가 더욱 쉽다. 
 부여된 대부분의 도로명은 지역주민의 전통 의식과 문화,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려고 노력했지만 일반 주민들이 도로명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4년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도로명주소가 하루빨리 자리 잡기 위해선 주민들이 도로명을 빨리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행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귀갓길 골목, 스스로가 본인의 집과 옆집의 입구나 대문에 붙여있는 건물번호판들을 1분만 차례대로 본다면 어떤 교육보다도 빠르게 도로명주소가 빨리 정착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체계적인 도로명주소 사용은 화재나 범죄 등 긴급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물류비 절감 등 국민생활편의증진에 힘을 더할 수 있다. 도로명주소 홈페이지(www.juso.go.kr), 스마트폰 앱(주소찾아), 인터넷 포털 등에서 관련지번을 검색하면 보다 쉽게 도로명주소를 찾을 수 있다. 새주소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주민들의 관심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