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만도 못한 7대 경관 이젠 잊자

2013-12-24     제주매일

한 민간 여성의 자그마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제주올레길, 그리고 제주올레길 도보여행은 한국의 도보여행 문화를 창조했고, 더 나아가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도보여행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새해 벽두,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제주올레길에서 ‘제4회 월드트레일 컨버런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등이 주관하고 있다.
이번 컨버런스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일본, 네팔, 이탈리아, 미국, 레바논, 노르웨이, 덴마크, 그리스, 남아공, 오스트레일리아, 터키 등 전 세계 18개국 46개 트레일 단체들이 모여 향후 도보여행의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하는 매우 중요하고도 뜻 깊은 대규모 행사다.
특히 행사 첫날 ‘아시아 트레일스 네트워크’를 발족시켜 향후 ‘세계 트레일스 네트워크’ 창설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제주도가 지난 23일 ‘세계 7대자연경관 보존 및 활용 전략 보고회’란 모임을 가졌다는 얘기도 함께 들려온다.
이 보고회에서는 제주도청의 국-본부-단별(團別)로 내년도 7대 경관 관련사업 추진 계획 등이 논의 됐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들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기존사업들과 중복 되거나 비슷해 별 의미가 없는 것들이라고 한다. 기껏 신규 사업이라고 해야 7대 제주명품, 7대 아름다운 도로, 7대 아름다운 건축물 선정 등이 고작이다. 시들해져 가는 세계 7대자연경관의 ‘7대’를 애써 되살려 보려는 듯 ‘7대’를 되풀이 강조하고 있지만 억지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제주도는 도민들에게 상처만 남겨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잊을 만하면 상기시키려고 할게 아니라 차츰 잊어버리도록 가만히 놔두는 게 상책이다.
심한 표현인지 모르지만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국제 사기꾼에 속아 넘어갔다는 비판까지 받아 왔던 게 7대경관 선정이다. 100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써 가며 1인이 1표든 1000표든 10만표든 100만표든 전화만 걸면 유효한, 이 세상에는 없는 투표제도로 선정된 허울 좋은 세계 7대 자연경관 얘기는 거듭 할수록 도민들의 상처만 되살아날 뿐이다.
혹시 내년지방선거 때 재선충과 더불어 집중 포화를 맞을까 대비하는지는 모르나 7대 경관 얘기를 되풀이 할수록 덕 볼게 없다. 올레길만도 못한 7대경관은 하루 속히 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