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경 조난사고 또 ‘어설픈 대응’
조천 해상서 고속단정 전복···1명 사망·3명 부상
강풍·높은 파고에도 대형 경비함 우선 투입 안돼
조난 선박 예인 과정서 예인줄 걸려 시간 지체도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기관 고장을 일으킨 어선의 선원들을 태우고 함정으로 복귀하던 제주해경 고속단정이 뒤집혀 선원 1명이 숨지고 해경 대원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 대형 경비함정이 아닌 중형 경비함정을 먼저 투입하거나 선박 예인에만 치중하는 등 해경의 미숙한 사고 대응 능력이 인명 피해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고속단정 전복 사고 어떻게 났나
10일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9일 오후 3시35분께 제주시 조천포구 북동쪽 5km 해상에서 한림선적 연안복합 어선인 A호(9.77t·승선원 5명)가 기관 고장을 일으켜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이날 오후 4시께 300t급 중형 경비함정인 302함을 보내 구조에 나섰지만 해상에 높은 파도와 강풍으로 예인줄이 추진기에 걸려 선박 예인에 실패했다.
이어 오후 5시17분께 3000t급 대형 경비함정인 3002함을 보내 다시 예인줄을 연결하려 했으나 오후 8시께 선박을 고정했던 닻 마저 끊겨 버렸다.
해경은 선박 예인을 포기하고 선원들을 구조하기로 했다. 오후 10시55분께 고속단정을 투입해 선원 5명을 구조한 뒤 3002함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단정이 흔들리며 함정과 부딪혀 뒤집혔다.
이 사고로 고속단정에 타고 있던 선원 5명과 해경 대원 5명 등 10명 전원이 바다에 빠졌다. 사고 직후 선원 4명과 해경 대원 5명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선원 고모(52·제주시 한림읍)씨는 실종됐다.
고씨는 다음 날인 10일 오전 8시5분께 사고 해역에서 3km 가량 떨어진 제주시 조천읍 함덕포구 어촌계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사고 당시 충격으로 해경 대원 김모(27) 순경이 요추 2·3·4·5번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이모(44) 경위 등 2명이 경상을 입는 등 3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심진보 제주해양경찰서 경비구난과장은 “사고 당시 해상에 초속 16~20m의 강풍이 분 데다 파고도 4~5m에 이르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구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 제주해경 사고 대응 능력 또 다시 도마
이번에 발생한 제주해경 고속단정 전복 사고와 관련, 해경의 사고 대응 능력이 미숙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상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대형 경비함정이 아닌 중형 경비함정을 먼저 투입한 데다 선박 예인에만 치중하면서 구조 작업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A호가 기관 고장을 일으켜 조난을 당했다는 신고를 어업정보통신국을 통해 접수한 해경은 사고 해역에 300t급 중형 경비함정인 302함을 투입했다.
사고 당시 해상에는 초속 16~20m의 강풍이 분 데다 파고도 4~5m에 이르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속단정이 탑재된 3000t급 대형 경비함정이 아닌 중형 경비함정을 먼저 보낸 것이다.
해경은 대형 경비함정이 출항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중형 경비함정이 투입된 이후 선원들이 구조되기까지 7시간이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판단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선박을 예인하기 위한 과정에서 예인줄이 추진기에 걸려 실패한 뒤에도 예인에만 치중하는가 하면 사고 해역에 투입된 고속단정이 엔진 고장을 일으키면서 구조 작업이 지연되기도 했다.
여기에 고속단정을 대형 경비함정으로 옮기기 전에 선원들을 로프 등으로 고정하지 않은 데다 퇴선 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대처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지난해 10월에도 침몰 위기에 처한 말레이시아 선적 선원들을 태운 제주해경 고속단정이 높은 파도에 전복돼 선원 5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