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잔소리

2013-12-03     제주매일

남자들이 곁에서 들으면 여자들의 통화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다처럼 시끄럽다. 참새가 요란하게 지저귀는 소리 같다. 여자끼리는 진지하고 속 깊은 대화를 하고 있는 데 남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결혼하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서로의 결점을 들키고 나면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 밀도가 점점 낮아진다. 잔소리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잔소리가 듣기 싫어 집을 나가고 싶다는 남자를 보았다. 지겹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아내가 재잘거릴 때, 그녀가 당신을 신뢰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신호임을 감지한다면 당신은 괜찮은 남편이다. 설사 불평이나 원망일지라도 들어 주는 편인가. 당신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아내는 당신이 문제를 만들었다거나 해결해 달라고 투정하고 있을 때에도 사실은 그 것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를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당신을 하늘처럼 바라보고 당신의 이해와 지지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아, 그런가.’하고 반응을 보이고 ‘몰랐노라’고 응대를 하는 순간 문제의 절반은 이미 해결된 거와 같다. 만일에 남편이 밉거나 크게 실망하고 있다면 아내는 입을 굳게 다물고 침묵할 것이다. 싫은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 사람은 없다. 아내의 목소리가 끊긴 가정은 찬바람이 일고 당신도 불편해진다. 아내가 뭔가 당신을 향해 소리를 내고 있는 동안 그녀의 정서가 건강하며 애정 전선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믿어도 좋다.
  당신이 정보나 협상을 위해 혹은 우월감을 과시하느라 말을 필요로 하듯이 여자인 아내는 교감을 느끼고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지면 애정이 식었다는 표시다. 서로에게 귀찮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사랑의 추락이다. 사랑의 상승이 그러하듯 추락도 빠르게 온다. 조금은 귀찮더라도 아내의 소리에 귀를 닫지 않는 게 현명하다. 남편이 자기 말을 듣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이미 당신은 아내의 귀빈이다. 귀빈이 되는 순간에 애정은 다시 물기를  듬뿍 받은 화초처럼 싱싱해질 것이다.
  당신도 누가 당신의 말을 묵살하거나 응답이 없을 때 감정이 상할 터이다. 아내의 지저귐을 그치게 하고 싶으면 회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하여 관심을 보이는 편이 옳다. 아내의 가슴에 앙금이 쌓이면 그곳에 반란의 싹이 움터 자라기 때문이다.
 아내도 한때 꿈 많던 소녀였고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 그 소녀가 살고 있다, 무지개를 그리워하던 소녀가 날개를 펼치려는 꿈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무심한 당신에 지쳐 있을 때, 누군가 관심을 보이며  접근해 오면 반란의 싹은 고속 성장을 시작한다. 철이 덜든 아내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남편은 없으리라. 아내의 결점이 사소한 것이라면 눈감아주고 어여삐 보도록. 비난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비난은 그냥 지나가지 않고 어떤 경우도 상처를  남긴다. 상처는 늘 오염의 급소다. 당신 역시 완 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떠올릴 수 있기를.
 한 남자가 분출하는 본성을 견디며 한 여자 곁에서 남편으로 산다는 게 결코 쉽지 않듯, 지배하려는 남자 곁에서 온순하게 아내 노릇 하기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못 된 아내 뜻을 받아주느라 고생하는 남자도 있겠지만, 고려조 이후 칠거지악인지 뭔지 하는 제도나 인습에 억눌려 거개의 여인이 남편의 불온함을 견디며 왔다. 여성의 홀대가 당연시 되었던 지난 시대의 흔적은 쉽게 지워질 듯싶지 않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다치고 시달리는 남자의 고충을 여자들이 다 이해 할 수 없듯, 한 남자의 육체나 감정에서 나오는 오물을 받아내고 정화시켜 내야하는 아내의 고단함을 남편 역시 다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가정을 쉼터라 믿고 있는 당신의 기대가 충족되고 있다면 당신은 대단한 남자다. 아니면 혹 아내가 도를 닦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모든 아내가 도 닦는 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