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 경제파급 효과 크지만…체감도 떨어져
한은 제주본부와 제주대 서용건 교수팀 '제주방문 中관광객 소비실태' 분석
[제주매일 신정익 기자]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행업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도내 여행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와 면세점 등 관련업체들의 수입 역외유출 등으로 인해 파급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성광진 과장과 한재찬 조사역이 제주대 서용건 교수와 공동으로 작성해 30일 발표한 ‘제주방문 중국관광객의 소비특성과 파급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전체 중국인 관광객 108만4094명의 소비지출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는 2조745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부가가치유발 효과는 1조3580억원, 취업유발 효과는 6만2859명으로 추정됐다.
여행 형태별로는 비중이 높은 단체관광객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개별관광객보다 컸다.
관광산업 부문별 경제 파급 효과는 쇼핑 부문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숙박 및 음식업 부문, 오락·문화·운동, 교통 부문이다. 교통부문의 경우 단체관광객 위주의 관광행태로 전세버스 등 일부에 효과가 편중되면서 파급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 같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지출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 규모는 국제자유도시 주요 프로젝트 가운데 경제 파급 효과가 가장 큰 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사업의 생산유발 효과 3조1759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1조4773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지출에 따른 취업유발 효과는 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사업(3만3879명)보다 2배가량 높았다.
중국인 관광객의 평균 지출비용은 개별관광객은 237만6523원, 단체 184만5189원으로 개별관광객이 단체관광객보다 53만1134원 많았다.
중국인 개별관광객들의 소비지출 유형을 보면, 쇼핑 비중이 29.9%(71만원)로 가장 높았다. 이어 숙박(50만원, 21.1%), 음주 등 기타(34만원, 14.2%), 식음료(29만원, 12.1%) 순이며, 단체관광객은 쇼핑(39.9%), 숙박(19.1%), 식음료(10.5%), 오락(10.2%) 순이다.
단체관광객 역시 쇼핑(74만원, 39.9%)에 지출하는 비용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숙박(35만원, 19.1%), 식음료(19만원, 10.5%), 오락(19만원, 10.2%)등의 순으로 지출했다.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개별 관광객들의 쇼핑 지출규모는 일본인 관광객(48만원)에 비해 훨씬 많았지만,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159만원)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면 숙박비 지출의 경우는 특급호텔 이용 비중이 낮은 중국인 관광객이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번 보고서를 위해 지난해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처음 실시한 ‘제주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자료에서 중국인 관광객 9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답변 내용을 추려 분석했다.
이처럼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지출은 수치상으로 제주경제에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체감효과는 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까.
연구팀은 전체 중국인 관광객의 75%를 차지하는 단체관광객이 제주 현지 여행사가 수수료 제공을 약속한 업체를 중심으로 쇼핑, 음식, 숙박 등을 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주 이외 지역에 본사를 둔 면세점, 대형마트, 호텔, 카지노 등 대기업이나 외국자본이 운용하는 사업체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과 관련된 수입이 역외유출되는 것도 파급 효과의 체감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지난해 외국인 면세점 매출(260만달러)을 원화로 환산하면 2930억원으로, 중국인 관광객 전체 쇼핑 지출금액 7909억원과 비교할 때 상당한 규모다.
또 지난해 8개 도내 카지노의 이용실적 1439억원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이 지출한 규모는 99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대형마트, 호텔 등 다른지역에 본사를 둔 사업체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과 관련된 수입이 상당부분 역외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중국인 관광객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와 도민사회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체감도가 높은 개별관광객의 비중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 개별관광객이 불편없이 제주도 전역을 여행할 수 있도록 교통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이다. 도심과 광역 순환형 투어버스 도입 등을 통한 교통 환경 개선과 스마트폰 등 IT시스템을 활용한 통합정보 애플리케이션 구축 등이 그것이다.
또 중국의 새로운 여유법 시행에 맞춰 고부가가치 단체관광상품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도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우수여행사 인센티브 지원 확대, 여행정보제공 서비스 향상을 통한 관광객 신뢰 확보, 여행업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한 여행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제안했다.
커미션을 받기 위한 쇼핑 위주의 관광을 지양하고 자연환경을 이용한 고급 체험관광 등 고급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쇼핑인프라 구축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프리미엄 쇼핑아웃렛 등을 조성해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지출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심권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쇼핑과 제주만의 문화관광자원을 결합한 특색 있는 관광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