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2013-11-26     제주매일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오늘날 장수는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대책이 없는 장수가 어찌 재앙이 아닐 수 있겠는가. 장수하는 노인세대도 그렇지만 부모의 장수에 대한 여러 가지를 떠맡아야 할 자녀세대 역시 밖으로 꺼내놓고 얘기하기도 그렇고 죽을 맛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생로병사는 인간이 평생 거치게 되는 네 가지 고통인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말한다. 따라서 현대의학은 병으로부터 치유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제성장과 의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가 과거 수십 년 동안 열망했던 100세 시대의 문을 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00세 시대로의 수명연장은 수많은 노인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후보자 시절에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던 공약을 수정함으로써 크게 물의가 있었듯이 노인은 이제 사회적 부담이요, 짐으로 전락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넘어 2018년으로 예상되는 고령사회로 질주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사회제도적 대책이 시급하지만, 개인들도 노년에 관한 준비가 필요하다. 노년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당연히 경제적인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빈껍데기만 남은 경제력이 여유가 있겠는가.
 얘기하기 좋아하는 학자들이나 그런 사람들은 노후생활이 이삼십 년은 될 것으로 간주해서 수억 원의 돈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강조한가. 물론 그럴 수 있는 형편의 사람도 있겠지만 극히 일부에 한정되는 얘기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홀로 살아가기 어려워진 100세 시대의 노인들을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식들이 직접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노인들을 돌봐온 여성들의 절반이 직업을 가지는 여성취업시대의 도래가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노인들을 누가 돌봐야 할 것인가는 이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다. 갈 곳 없는 부모도 그렇지만 직접 모실 형편이 안 되는 자식들의 마음도 결코 편치는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노년이 인간답게 살다 인간답게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그것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어디에고 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79.7세(2010년 기준)이지만 실제 병으로 시름시름 앓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는 70.3세 정도다. 나머지 9.4년 동안은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 숨을 거둔다는 얘기다.
 기대수명은 갓 태어난 아이가 출생 직후부터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생존연수를 말한다.
 기대수명은 80세이지만 평균 100년간 병치레하다 사망한다는 얘기다. 즉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수명은 70세 정도에 불과하다. 병치레 10년간은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자녀들에게도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어 ‘인간답게’ 살기가 어려워진다.
 70대 이상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이 있다. 인생 마감 길에 걸리지 말아야 할 병이 세 가지 있다. 뇌졸중과 암, 그리고 치매다. 그 중 치매는 특히 장수를 축복이 아니게 한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장수는 축복이고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