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두 시인의 유언…평생 숙제로 남아"

[박수진이 만난 사람 12] 제주어지킴이 '뚜럼브라더스'

2013-11-26     박수진 기자

"존경하던 고(故)김종두 시인이 '제주어를 지켜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이 말은 평생 숙제가 돼버렸습니다."

'제주어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뚜럼브라더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활동하고 있는 뚜럼브라더스는 기타·보컬에 박순동(41), 기타 김도형(40), 우쿨렐레와 피커션을 맡고 있는 김용수(41)씨로 구성됐다.

200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조상들의 숨결이 담겨있는 '제주어'를 지켜내기 위해 결성됐다. '뚜럼'은 제주어로 '바보'란 뜻인데, 서로를 제주어로 노래하는 바보형제들이라고 칭한다.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란다. "제주어를 지켜내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가 왜 표준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지?"라고.

박순동은 "그때서야 제주어로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제주어로 노래하려니 제주어를 꿰뚫고 있지 않았다"며 "시집이나 관련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지만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박순동은 고(故)김종두 시인의 '사는게 뭣산디'라는 시집을 읽게 됐다. 그 중 '뚜럼'이라는 시가 너무 좋아서 노래로 만들게 됐다. 자연스럽게 '뚜럼 브라더스'라는 그룹이름도 붙여졌다.

그러다 2005년. 김종두 시인은 "제주어 좀 지켜줘게"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박순동은 그의 유언이 평생의 숙제가 돼버렸다고 했다. 이 때문에 평소 공연할 때 '뚜럼브라더스'라는 말 앞에 반드시 '제주어지킴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제주어 전문가여서가 아니라, 평생의 숙제를 팀명 앞에 붙인 것이다.

김도형은 "제주어로 노래하기란 쉽지 않다. 청중들이 알아듣기에도 쉽지 않다"며 "하지만 팝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익숙해지다 보면 같이 불러주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위기의 언어'로 지정했다. 제주어를 지켜나가고 있는 이들로써는 큰 아픔이였을것 같았다.

김용수는 "지역주민들조차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공연을 할 때마다 생활 속에서 제주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이들은 4집 앨범을 녹음중이라 바쁘다. 음반명은 '힘내라 사투리'. 제주어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언어들이 사라져가고 있어, '힘내라 사투리'라고 제목을 정했다고 했다.

이들은 그동안 '제주어 배워보카', '지켜사 헙니다' 등의 앨범을 발매했다. 특히 '제주어 배워보카'는 도내 상당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제주어를 가르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순동에게 "CD를 받아볼 수 없겠느냐"는 러브콜도 상당하다. 이에 박순동은 "머지않아 도내 모든 초등학교에 우리들의 노래가 울려 퍼질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앞으로 이들은 제주어를 지켜냄과 동시에 전국의 각 지역어 살리기 운동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들은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제주어는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어머니의 유산과 같은 것이라고.

"제주어는 어르신들의 숨결이며, 향기이며, 추억이며 정신이에요. 필요성과 가치를 따지기 보다는 품고 가야할 어머니의 유산과 같은 것이죠. 조금씩이라도 생활 속에서 제주어를 나누고 펼치고, 때로는 문헌을 통해서라도 지켜내야 해요."

뚜럼브라더스 팬카페= http://cafe.daum.net/ddurum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