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뇌물·음주운전도 모자라 폭행까지
제주도내 공무원 기강이 극도로 해이해 졌다. ‘청렴 결의대회’니, ‘5대 중대 공직비위 척결대책’이니, ‘징계 양정(量定) 규정 강화’니, ‘상급자 연대 문책’이니 하는 대증요법(對症療法)만으로는 치유 불능 상태에 빠진 느낌이다. 그만큼 근년 들어 공무원들 사이에 비리 대증요법에 대한 내성(耐性)이 강해진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올해 들어서만도 제주도내 공무원들의 도로공사 관련 뇌물 수수, 시간외 근무수당 불법 횡령, 도청 및 제주시청 공무원의 수백만 내지 수억 원대의 공금 횡령, 서귀포 시청 직원들의 보조금 비리 혐의 등 한 달이 멀다하고 연달아 일어날 수가 있겠는가.
올해 공무원들의 비위(非違)는 이것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제주시청 공무원이 음주운전으로 말썽을 피우더니 19일에는 역시 제주시청 50대 6급 공무원이 유흥주점에서 만취한 나머지 술값 시비를 벌이다 업주와 출동한 경찰관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물론 경찰은 그를 긴급 체포했고 제주시는 직위를 해제 했다.
지난해는 어떠했던가. 올해와 별로 다르지 않다. 건축민원과 관련, 1억원의 뇌물을 받았는가 하면 상하수도 특별회계에서 7000만 원을 유용하는 등 비리가 잇달았다. 지난해 공무원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꼴찌를 차지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렇듯 제주도 공직 사회가, 횡령-뇌물-음주운전만으로는 모자랐던지 요즘에 와서는 술값시비로 업주를 겁박하고, 신고를 받은 경찰까지 폭행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청렴대회’니, ‘징계 강화’니 하는 대증요법만으로는 공무원의 기강을 확립하기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제는 대증요법만으로 치료하려 하지 말고, 그와 병행해서 근본 원인을 철저히 규명,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해이해진 공무원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지나친 선거공신(選擧功臣) 위주의 인사로 한 쪽은 우쭐해지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실망과 실의로 자포자기(自暴自棄) 하는데서 오는 현상은 아닌지 심층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적정한 인사배치 혹은 인사 이동은 제때에 이루어졌는지도 되짚어 보아야 한다. 또한 이미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들의 채용 배경과 인사 이동 및 인사 배치도 적정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