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1000만 시대, 5兆 수입 어디로

2013-11-20     제주매일

지난 3월말 현재 제주도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가 4552만원이다. 1년 전에 비하면 부채액이 0.5%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빚을 진 가구는 전체 가구의 65%를 차지, 도리어 전 년보다 1.1% 늘었다. 통계청 등 관계 당국이 엊그제 발표한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 따르면 도내 가구 평균 보유자산도 2억6438만원으로, 썩 긍정적이지 못하다. 지난해보다 5.1% 줄어든 데다, 전국 가구당 평균자산 3억2557만 원의 81.2%에 머물러 전국 16개 시-도 중 9번째로 겨우 중위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가구당 평균 연소득은 어떤가. 지난해보다 2.3% 줄어든 3616만원으로 전국 꼴찌다. 자산-부채-소득은 가정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3대 요소다. 어느 것 하나라도 크게 부족하거나, 크게 넘치면 가정생활의 질이 떨어진다. 그런데 제주도의 경우 부채를 짊어진 가구 수는 증가하는 반면, 자산과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과거 20~30년 전, 제주의 국내외 관광객 200만~300만 명 시대에도 제주도는 소득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각종 통계에서 제주는 늘 소득 순위 1~2위였다. 물론, 3위 이하로 내려 갈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가끔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도내 가구의 고소득에는 감귤 등 1차 산업이 뒷받침해 주었다.
지금은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다. 외국인 관광객 200만, 내국인 관광객 800만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에 따른 관광 조수입(粗收入) 도 지난해에 이미 5조5000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그 액수를 넘어설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도내 가구들이 관광수입에 힘입어 자산-소득은 올라가고 부채 가구는 줄어야 정상이다. 과거처럼 전국 소득 순위  일등은 못하더라도 2~3등은 해야 한다. 이제는 거꾸로 전국 순위가 뒷걸음치고 있으니 5조원 관광 수입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물론 제주도내 거대 관광사업체들이 서울 등 전국 대도시에 본사를 두고 있어 대부분의 관광수입이 역외로 흘러간다 하더라도 5조5000억 원 중 1조원쯤은 떡고물로라도 제주에 남아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관광객 1000만 명 시대의 관광수입 5~6조 원 중 일부라도 도내  가구에 균점되어 자산-소득 증가와 부채 경감에 보탬이 되도록 새로운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관광객 1000만 명이 아니라 2000만 명인들 무슨 덕(德)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