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축제, 맛있는 축제
2013-11-19 제주매일
우수축제 선정 대상과 예산의 확대 그리고 선정 기준의 변화를 시도한 첫 해이다. 2014년도 우수축제 심사는 전년도와 달리 지원되는 예산 규모를 확대하였다. 선정대상 축제의 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시상금액도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차별화된 축제 육성을 위하여 대표프로그램이 있는가 여부가 중점적으로 검토된 것 같다.
축제의 생명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표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은 매번 요구한 사항이다. 맞는 말이다. 행정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진행되는 축제는 대부분 대표하는 핵심 주제들을 갖고 있다. 다만 핵심 주제를 볼거리로 즐길거리 만들고 프로그램들 사이에 연관성을 높여 짜임새 있게 만드는 과정에서 작은 차이들이 발생한다.
좋은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욕심을 내려놓았으면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다. 축제도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행사 가지수는 많은데 정작 손이 가질 않는다. 눈길을 붙들고 발길을 머물게 만드는 무엇인가 빠진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너무 많은 반찬들을 올려놓으니 정작 맛있는 반찬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한다. 그래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숫자를 줄여서 방문객들이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한다. 사실 준비하는 측에서는 숫자가 많은 게 편할 수가 있다. 뭔가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가지수를 줄이면 하나하나의 반찬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 자연재료 고유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일은 요리 전문가뿐만 아니라 축제 기획자에게도 어려운 주문이기 때문이다.
도내에서 개최되는 축제들은 규모나 지향점이 저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제주지역 축제에서 자주 지적받는 사항은 축제장에서 사람이 대접받지 못하고 동네주민이 존중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장사를 하거나 차량운행에 대한 배려는 많았다. 결국 축제를 즐겨보기도 전에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다보니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그 축제가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축제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버린 결과이다. 사람 중심의 축제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을단위 축제의 경우에는 무슨무슨 위원회나 집행위원회의 이름으로 진행되지만 축제의 내용과 연결될 수 있는 조직으로는 미흡한 것 같다.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만든다고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사람이 빠지면 단팥 없는 단팥빵 신세가 될 수도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외부 기획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맛있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마을내 동아리 활동이나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운영 등을 통해서 길러진 역량이 축제의 핵심프로그램으로 발전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축제 기획자들은 보다 나은 축제를 만들기 위해 갖은 정성을 쏟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방향이 제대로 잡혔을 때 모두에게 사랑받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내년 봄 축제부터는 마을은 작은 만큼 독창적이고 소담스럽게, 광역축제는 광역이라는 뜻에 알맞는 축제가 선보여지길 기대한다. 올 겨울 기획자들의 즐거운 고민이 깊어질수록 관람객은 행복할 것이다.